"아이가 점점 자라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집값은 오를대로 오르고 대출 규제는 이렇게까지 강화되니까, 계산을 해봤더니 안되겠더라고요. 포기하게 된 거죠..."
집을 넓혀 이사가려고 했던 A(37.여)씨는 최근에 아예 이사 계획을 포기했다. 지금 소득으로는 당연히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계속해서 강화되는 대출 규제를 도입해 계산해보니 바뀐 대출 한도로는 전세값도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A씨는 "DSR 등 최근 강화되고 있는 대출 규제에 대한 취지를 정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집 한 채 마련하고 싶은 일반 소시민으로서 현실적으로 신용대출이라도 급하게 써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새로운 DSR 등을 계산해봤더니 이건 신용대출마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란 뜻인가보다라며 남편과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26일부터 은행의 가계 대출에 DSR, 총체적상환능력비율이 적용되면서 은행의 대출 문턱은 또 한 번 높아졌다. DSR이란 대출 심사를 할 때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 방식을 더 깐깐하게 한 것인데 차주의 신용대출, 학자금 대출 등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과 비교해서 대출 한도를 정한다.
은행별로 DSR을 적용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고 DSR 기준을 100%로 잡는다. 현재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DSR이 200%를 넘을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다. 신용대출의 마지노선은 150%다. 올 4분기부터는 금융위원회가 정한 DSR 기준이 나온다.
예를 들어, 연봉이 5천만원인 직장인 A씨에게 DSR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대출 한도는 5천만원이 된다. 그러니까 DSR 기준이 100%면, A씨는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빌린 돈의 원리금 상환액이 5천만원을 넘으면 대출 한도가 초과된다.
이에 따라 차주(돈 빌리는 사람)는 이전에 따지지 않았던 신용대출이나 자동차 할부금 대출 등등 모든 종류의 부채를 따져봐야 한다. 직장인들이 많이 쓰는 마이너스 통장도 DSR 대출 범위에 포함된다. 기존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액이 많았던 사람들이 추가 대출을 받을 때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 마이너스 통장 대출액까지 문제가 돼 대출이 안 될 수도 있다.
가계 부채 급증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게 이론적으론 많지만 A씨의 사례처럼 결국 서민층의 돈줄을 막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결국 서민들인데 이들이 직격탄을 맞는게 아니냐는 불만이다. 특히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악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이해는 가지만 결과론적으론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하는게 아닌가 한다"면서 "현금 있는 사람들이야 대출 규제와 상관 없이 집 사는데 문제가 없지만, 현금 없는 사람들이 대출 받아 집 사려는 것인데 이걸 묶는 것이라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부는 DSR에 제외되는 부채를 따로 지정했다. 서민 금융상품과 300만원 이하의 소액 신용대출, 취약 차주의 채무조정을 위한 상품 등은 DSR 대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DSR을 도입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대출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이런 상황들을 만들지 않기 위한 완충 장치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