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김재경 헌정특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회한 직후 "(대통령 개헌안) 발의 과정을 보면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을 너무나 가볍게 여긴다는 의구심을 지우기가 어렵다"며 "대통령 헌법자문위원회 활동 기간은 1개월에 불과하고, 그 보고를 받은 지 1주일 만에 개헌안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를 비롯해 그동안 다양한 논의를 거친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며 "당초 염두에 둔 오늘 발의를 맞추려다보니 국무회의 심의 과정도 통과의례식으로 지나가고, 가장 큰 중대사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원로 자문회의 등 헌법상의 자문회의는 활용조차 하지 않은 일방통행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의장인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지고, 외유중인 대통령이 전자결제를 한 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거듭 꼬집으면서 "모든 것이 잘못되더라도 6월 13일에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것인지, 국민 모두가 바라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성사시키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개헌 논의를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전에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헌정특위 간사가 곧바로 받아 쳤다.
이 간사는 "김 위원장이 사회자로서 존엄과 권위를 스스로 상실하는 모두발언을 한 것에 대해 부적절성을 지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발언은 사회자로서가 아니라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했어야 한다"며 "헌정특위 위원장으로서 권위를 가지고 말씀하신 부분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했다.
회의 시작과 동시에 시동이 걸린 여야의 설전은 그 후로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국당 김진태 헌정특위 간사는 대통령 개헌안이 국무회의에서 40분 만에 심의된 점과 대통령 개헌안 브리핑을 조국 민정수석이 설명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면서 대통령의 개헌안을 무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박주민 헌정특위 위원은 "국무회의 전에 각 국무위원들에게 개헌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해왔다"며 "사전에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쳤다면 회의 자체가 짧더라도 그 회의를 부실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헌정특위 회의에서 여야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 개헌 단일안이 만들어지면, 개선 시기는 조정해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부터 한 달 내로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내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개헌) 시기는 조절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지금부터 정부안과 각 당의 안을 잘 절충해 국회가 합의안을 만들면, 저는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시기에 대한 조정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