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기록카드에는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 일반 시민을 복지원에 강제 입소시킨 정황 등이 나타나 있어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 제정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사회복지연대는 최근 형제복지원 수용자 126명의 신상기록카드를 입수했다고 26일 밝혔다.
형제복지원 수용자 명부가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신상기록카드 원본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료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부산 사상구 주례동 형제복지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수용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추정 연령, 본적, 주소, 학력, 노동 가능여부 등 30가지의 인적 사항을 담고 있다.
입소자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말을 제대로 못하는 등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미상'으로 분류해 칸을 채웠다.
이름 마저 알 수 없는 이들은 발견된 동네 이름을 따서 '김구포', '김수안' 등으로 기재했다.
126명의 신병 처리는 서류 상단에 사망, 도망, 전원, 귀가 등 네가지 로 분류됐다. 이중 사망은 41명, 도망 5명, 전원 21명, 귀가 59명으로 나타났다.
신상기록 카드에는 입소 경위도 나타나 있는데, 복지원 측은 '술에 취해 오가는 행인들에게 추태를 부리다가 파출소 의뢰로 보호됐다'거나 '평소 주벽이 심한 자' 등으로 기록했다.
사회복지연대는 이 같은 기록으로 미뤄볼 때 형제복지원 측이 경찰이나 구청 직원의 진술만으로 수용자를 강제 입소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형제복지원 관계자 A씨가 관리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공식 문건들을 통해 당시 인권 유린 행위가 드러난 만큼 특별법 제정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1960년 아동보호시설로 문을 연 형제복지원은 1970~80년대 거리의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3천 명 이상의 무연고 장애인, 고아, 일반 시민 등을 불법 감금 수용했다.
복지원 내에서 강제 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 암매장 등이 자행되면서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 최악의 인권유린 현장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