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베트남 국빈방문을 마치고 UAE에 도착하기 전날인 23일 먼저 아부다비에 입국해 UAE '2인자'인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총회 참석 등 이번이 7번째 해외 순방인데,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비우고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 순방 때도 비서실장이 통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임 실장의 이번 UAE 방문은 지난해 말 양국간 군사협정을 둘러싼 갈등설을 무마하기 위해 특사로 파견됐던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임 실장의 갑작스런 UAE 특사 파견을 전후해 양국 사이엔 신뢰관계 훼손 등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당시 청와대는 UAE 측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 실장 파견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체결된 군사협정이 원인이 됐다게 점차 정설로 굳어졌다.
특히 이전 정부 국방부가 UAE 유사시 자동으로 한국군이 개입하는 군사협정을 국회 비준 없이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현 정권간에 거센 책임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 실장이 UAE에서 돌아온 뒤에도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현정부에 대한 무능론이 꾸준히 제기됐고, 급기야 UAE의 2인자로 통하는 칼둔 행정청장이 한국을 찾으면서 양국 불화설은 일단락됐다.
문 대통령은 칼둔 행정청장 방한 직후 열린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시간을 두고 UAE측과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양국간 비공개 군사협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동시에 청와대를 비우는 이례적인 이번 상황은 지난해부터 실무선에서 조율되어온 양국 군사협정 관련 불협화음을 이번 기회에 매듭짓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UAE 순방에 앞서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고 어느 정도 수습 단계로 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ohammed bin Zayed Al Nahyan) UAE 왕세제와 단독 정상회담을 할 때 임 실장이 배석하는 점도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칼둔 행정청장도 배석한다.
양국 외교안보, 경제 장관급들이 대거 합류하는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단독 정상회담에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이 유일하게 배석하면서, 군사협정 이견(異見)을 조율하고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끌고가기 위한 양국 정상간 통큰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실장은 단독 정상회담에 참석한뒤 동포간담회 일정에만 참석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남은 순방 일정을 수행하지 않고 곧바로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