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인재난 '극심'…돌파구로 '선거 연대론' 솔솔

한국당 내부에선 "억지로 서울시장 후보 냈다가 4등 할 수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 바른미래당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 (사진=자료사진)
6·1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수야권의 인재난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론 '연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두 당에서 유력인사 한 명만 공천하는 '묵시적 단일화'가 현실적 해법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비리 혐의로 구속된 파장 속에 갇힌 보수 위기의 한 단면이다.

◇ 수도권 후보 못 찾는 한국당, 안철수 外 '카드' 없는 바른미래


제 1야당인 한국당의 인재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은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서울이다. '대권 길목'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렇다 할 후보가 보이지 않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당 지도부가 영입하려 했던 홍정욱 헤럴드경제 회장이 일찍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홍 대표의 출마 요청을 거부했다. 특히 홍 대표는 인재난 속 고육지책 격으로 정치신인인 이 전 처장에 대해 전략공천까지 언급하는 등 파격대우를 했지만, 결국 불발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 전 처장과 함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출마를 위한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역시 손사래를 쳤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인재영입위원장 겸직 중인 홍 대표를 향한 책임론도 나왔다.

4선 정우택 의원은 이주영(5선)·나경원·유기준(4선) 의원과의 중진 간담회 후 "서울시장 선거도 인재를 못 구하면 (홍 대표가) 스스로 나갈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줄 때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다른 주요지역에 현역들을 전략공천한 것도 인재난과 무관치 않다. 수도권에선 경기도지사 후보로 남경필 현 지사가, 인천시장 후보론 유정복 현 시장이 확정됐다.

범(凡) 보수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의 상황도 그리 다르진 않다. 서울시장 후보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될 뿐,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선 내 보일 '카드'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안 위원장과 관련해선 한 측근은 "몇몇 인사들과 서울시에 대한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그의 출마를 사실상 상수로 두는 기류다. 여야 어느 쪽도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출사표를 던지면 견제가 집중될 게 뻔한 상황이기에 당분간 인재영입위원장 직무를 통해 당과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도 '?'…이례적 위기의 PK

이번 선거에선 보수 강세지역인 부산·울산·경남도 격전지로 분류된다. 한국당은 부산, 울산시장 선거에도 각각 현역인 서병수·김기현 시장을 전략공천 했다.

민주당에선 부산시장 후보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 시장과 오 전 장관의 가상대결에서 오 전 시장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많다.

민주당의 울산시장 후보론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출사표를 냈다. 오 전 장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인사들이지만 '여당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다가, 김기현 시장 측근을 둘러싼 비리 의혹 수사도 이뤄지고 있어 쉽게 판세를 예측하긴 어렵다.

특히 한국당의 경남도지사 후보로는 박완수 의원이 거론됐지만, 그도 두 차례나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홍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최측근 윤한홍 의원도 정작 공천신청을 하지 않는 등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이 지역조차 적합한 후보를 찾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당은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 홍 대표는 한 행사에서 김 의원과 마주치자 "출마하지 말라"며 농담 섞인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 보수진영, 돌파구는 '묵시적 연대'?

영남권까지 보수진영이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되자 자연스럽게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 대표는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6곳 이상 사수에 당권을 걸었다. 바른미래당은 대안 보수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양당은 모두 절박한 처지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양당이 후보를 나눠내는 식의 '묵시적 연대 전망'은 양당의 부인 속에서도 이어지는 기류다. 예컨대 서울시장은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만, 경기지사는 한국당 남경필 지사, 인천시장은 한국당 유정복 시장만 출마하는 식이다.

특히 안 전 대표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묵시적 야권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는 수차례 이어진 관련 질문에 "(국민들이) 저희 당 후보를 보시고 '저 사람이 깨끗하고 유능하고 우리 지역에 대한 비전이 있다'고 확신이 들면 그 분께 표를 몰아서 드릴 것이라 생각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연대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한국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열 구도에서 여권과 붙으면 패배할 수 밖에 없다"며 "막판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원은 "서울시장에 억지로 후보를 낼 경우 자칫하면 4등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만 양당 지도부는 여전히 서로를 향해 '연대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수 주도권을 놓고 경쟁 구도를 형성한 만큼 기 싸움 성격이 짙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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