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서 61점차 경기가…' 승리가 그렇게 싫더냐

멤피스, 샬럿에 61점차 패배…NBA '탱킹' 논란 점화될 듯


과거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미래를 향한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것을 두고 '리빌딩(rebuilding)'이라 불렀다.

요즘은 '리빌딩'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아예 '탱킹(tanking)'이라고 한다.

'리빌딩'과 '탱킹' 모두 팀을 재건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리빌딩'은 현재 보유한 선수, 특히 젊은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구성한다는 뜻으로 통했다. 예를 들면 노장 선수를 이적시켜 유망주가 뛸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리빌딩'을 하는 구단 역시 목표는 승리다. 선수가 이기는 습관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탱킹'은 '리빌딩'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통한다.

밝은 미래를 위한 작업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탱킹'은 보다 극단적이고 확신없는 미래에 역점을 둔다.

보유하고 있는 유망주의 성장을 토대로 한 팀 재건이 아니다. 성적이 낮을수록 확률이 높아지는 상위 신인드래프트 영입권을 얻기 위해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단 구성 및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을 뜻한다.


스포츠 종목을 막론하고 상위 드래프트 지명 선수가 반드시 팀에 밝은 미래를 안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요즘 NBA 구단들은 노골적인 '탱킹'으로 팀의 미래를 건 도박을 한다.

23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스펙트럼 센터에서 열린 2017-2018 NBA 샬럿 호네츠와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경기는 '탱킹'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샬럿은 요즘 노골적으로 승리를 피해가고 있는 멤피스를 140-79로 눌렀다. 무려 61점차 대승을 거뒀다. NBA에서 60점차 승부가 나온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자 역대 6번째다.

샬럿은 4쿼터 한때 120-59로 앞서가며 '더블 스코어'를 찍는 믿기 힘든 광경을 연출했다. 이날 경기 최다 점수차는 65점(137-72). 멤피스는 구단 역사에 오래 남을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NBA 역대 최다점수차 승리 순위

1. 68 - 1991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vs 마이애미 히트
2. 65 - 1998년 인디애나 페이서스 vs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3. 63 - 1972년 LA 레이커스 vs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4. 62 - 1991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vs 새크라멘토 킹스
5. 62 - 1960년 시라큐스 내셔널스 vs 뉴욕 닉스
6. 61 - 2018년 샬럿 호네츠 vs 멤피스 그리즐리스

샬럿이 NBA를 대표하는 강팀이기 때문에 이같은 대승을 거둔 것일까? 아니다. 샬럿은 이날 경기 전까지 31승41패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팀이다.

그렇다면 멤피스가 리그 최악의 팀이기 때문에 이같은 대패를 당했을까? 맞다. 멤피스는 이날 패하면서 19승53패를 기록해 피닉스 선즈와 나란히 리그 공동 꼴찌가 됐다.

문제는 61점차 대패에 선수단은 큰 상처를 받았을지 몰라도 구단 수뇌부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멤피스의 올시즌 목표는 '디안드레 에이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이튼은 애리조나 대학의 1학년 빅맨으로 2018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한 특급 유망주다.

멤피스는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단 구성과 운영을 통해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노리는 대표적인 팀이다.

원래는 이런 팀이 아니었다. 멤피스는 2010-201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우승후보는 아니었지만 꾸준한 강팀이었다. 정상급 센터 마크 가솔과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를 중심으로 탄탄한 조직력과 수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멤피스는 콘리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되고 초반 성적이 부진하자 급격히 노선을 바꿨다. '탱킹'을 선택한 것이다. 멤피스는 마크 가솔과 타이릭 에반스 등 뛰어난 선수들에게 휴식을 준다는 명분으로 강제 결장시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운영으로 패배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날 샬럿전에서도 가솔은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결장 사유는 휴식(rest)이었다.

멤피스는 최근 23경기에서 1승22패에 그쳤다. 올시즌 리그 최다인 20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에 패한 뒤 상대 선수들이 기뻐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쓸쓸히 코트를 빠져나가는 멤피스 선수들의 모습은 많은 NBA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팬들이 받는 상처는 더 클 것이다.

그래서 NBA는 구단들의 노골적인 '탱킹'을 경계하고 있다. 아프지도 않은 주축 선수를 '리빌딩'이라는 이유로 출전시키지 않는 구단은 멤피스 외에도 많다.

NBA 사무국은 최근 시카고 불스가 로빈 로페즈, 저스틴 할러데이 등 주전급 선수들을 일부러 기용하지 않자 그런 선수 기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건넸다. 피닉스 역시 건강한 베테랑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한 경기 수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현 제도에서는 NBA 구단의 '탱킹'을 막을 장치가 없다. '탱킹' 구단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항변한다. 게다가 자유계약선수(FA)가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소도시의 구단은 드래프트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NBA는 제도 보완을 위해 고심 중이다. 만약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샬럿과 멤피스전은 그 방아쇠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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