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운 SM엔터, 샴페인 터트리긴 아직 이르다

"사느냐 파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기로에 선 문화콘텐츠 기업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삼성동 SMT타운 코엑스아티움에서 정규2집 앨범 '퍼펙트 벨벳'(Perfect Velvet)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 굴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배우 매니지먼트사 키이스트와 FNC엔터테인먼트 계열사 FNC애드컬쳐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대폭 키운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공룡 엔터사 탄생'을 전하는 뉴스가 쏟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 문화콘텐츠 기업들은 M&A(인수·합병)로 자사 영향력을 키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체 산업으로 봤을 때, M&A 실패율이 50%에 달하는 현실에서 SM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M&A 이후 높은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치밀한 후속조치를 숙고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SM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동기 교수는 22일 CBS노컷뉴스에 "이번 SM의 경우는 사업 영역 다각화를 노리고 '범위의 경제를 추구한 M&A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월트디즈니와 20세기폭스처럼 같은 업종 기업간 M&A는 규모의 경제를, AT&T와 타임워너처럼 다른 영역 기업 사이 M&A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노리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결국, 국내 음악산업 영역에서도 타사와 경쟁을 벌이는 SM이, 유명 배우를 다수 거느린 키이스트와 드라마·방송 콘텐츠 등을 제작해 온 FNC애드컬쳐를 인수한 데는 "음악 외 드라마 등 다른 문화콘텐츠 영역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SM은 일단 국내에서 사업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글로벌화를 추구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외국 기업와의 비즈니스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SM이 노린 범위의 경제가 어느 정도 정착하면, 추후에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다른 나라 유사 또는 동종 기업과 맺는 M&A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거대 IT기업들이 속속 문화콘텐츠 산업에 뛰어들면서, 이들 기업이 한국의 관련 기업 지분 인수나 M&A 빈도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SM의 이번 조치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될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M&A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우선적으로 국내 관련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 몸집 불리기…"미디어 산업이 처한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서울대 경영학과 이동기 교수(사진=서울대 제공)
월트디즈니와 20세기폭스 사례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거대 미디어 기업간 M&A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현대 미디어 산업이 처한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띠려면 상당한 규모·범위의 경제를 추구해야 하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문화콘텐츠 20편을 내놓으면 그 가운데 몇 편만 성공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한두 편 제작하는 데 의지했다가 실패를 맛볼 경우 일회성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그만큼 리스크가 큰 영역이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덩치도 커지는 셈이다.

그는 이어 "거대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주로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느끼는 위협도 증폭하고 있다"며 "이들 전통 미디어 기업들끼리 합쳐서 디지털화 쪽으로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있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는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공동의 거대 투자를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현재 미디어 기업들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우리 회사를 파느냐' '다른 회사를 사느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이 교수는 "이렇듯 미디어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는, 규모·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트렌드는 리스크를 줄이고 미래지향적인 역량도 키우기 위한 조치"라며 분석을 이어갔다.

"기업간 M&A는 단지 두 회사를 물리적으로 합쳐 덩치를 키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양쪽의 중복되는 부분을 합쳐 비용을 줄이는 과정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는 특히 "미디어 산업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면, M&A처럼 덩치를 키우는 전략의 실패율이 50% 이상이라는 데이터가 있다"며 "M&A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비용절감 등이 계획하고 기대했던 대로, 교과서처럼 착착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덩치가 커지면 자연적으로 관리상 어려움 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쪽에서 비용을 줄였는데, 또 다른 부분에서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M&A에서 그치지 않고 두 회사를 어떻게 제대로 관리해 나가느냐라는 후속작업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M&A로 거래가 성사됐다는 발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이 교수는 "SM의 경우도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을 제거해 나가는 후속 노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며 "앞서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웠더라도 실패로 끝날 위험, 그러니까 50%가 넘는 M&A 실패율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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