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교육부는 '무시'…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 벌인 총장님
②서류 위조·조작 '난무'…줄줄 새는 서울예대 특성화 사업비
③총장 사모님의 '수상한' 인도네시아 출장
④친일 설립자에 참배까지… 3대 걸친 ‘족벌’ 사학
⑤"찍히면 잘린다…" 점수 조작도 '쉬운' 총장님
<계속>
"한 마디 했다가 찍힌 교수들이 내쳐지는 걸 봐왔기 때문에…." 수십년을 서울예술대에서 근무해온 한 교직원은 학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수험생 돈을 수당으로 내놓으라 재촉하고, 안 사도 된다는 2억원짜리 그랜드피아노 구입을 지시하고, 설립자라는 이유로 친일 인사인 아버지 묘소를 교직원들과 함께 참배하는…. 유덕형 총장은 '절대 권력자'였다.
절대 권력 앞에 학교 '규정'은 통치에 기여할 뿐이었다. 총장의 결재 없이는 100만원에서 단 1원도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총장이 10점을 더하고 빼느냐에 따라 모든 교직원들의 '생살여탈'은 결정됐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서울예대는 교수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규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점수 조작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예대의 인사 규정(교원업적평가규정)은 2013년과 2016년 크게 두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비상식적으로 변질돼 왔다.
서울예대는 2013년 개정을 통해 보직 교수와 일반 교수 모두에 대한 총장의 권한을 극대화 했다.
보직 교수의 경우 연구실적을 직무수행보고서로 대체하도록 의무화 했다. 보직 교수들에 대한 총장의 인사권한을 무한대로 확장시킨 것이다. 일반 교수의 경우도 교수 본연의 업무인 연구실적 점수는 줄고(45->40점), 학교 행정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점수는 대폭 늘어나면서(10->18점), 마찬가지로 총장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됐다.
A 교수는 이에 대해 "18점을 학교에서 시키는 일을 해야 하게 된 것"이라며 "(이전에 비해 늘어난) 8점은 굉장히 큰 점수다. 90점대는 80점대로 80점대는 70대로 내려갈 수 있는 점수로 1년 짜리 계약 교수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맨부커상을 받았던 한강 작가도 70점 대를 받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보직 교수들은 총장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일반 교수들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보직 교수를 하게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서울예대는 규정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이른바 총장의 눈 밖에 난 교수들의 평가 점수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B 교수의 승진임용 심사 결과표를 보면 B 교수의 업적평가 평점은 승진 기준인 80점을 넘겼지만, 총장이 재량으로 점수를 깎아버리면서 승진 임용에서 탈락했다. 규정상 총장은 재임용‧승진 심사에서 10점을 더 줄 수도, 뺄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학교측이 제시한 감점 근거다. '00 보직자로서 업무 성과가 현격하게 미흡하였고, 대학발전지표 구현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였다'는 게 감점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B 교수는 해당 보직 생활을 3개월 밖에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6개월 이상 한 업무에 대해서만 평가하도록 돼 있는 규정에 맞지 않는다. 총장의 재량권이 무분별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최근에는 학교가 규정 개정도 없이 보직 교수들의 점수를 낮추기 위해 평가 기준을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직무성과보고서로 업적 평가(총점 40점)를 받는 보직 교수들은 보고서를 내면 20점을 무조건 받고(양평가), 보고서 내용에 대한 심사를 통해 20점(질평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6년도 평가에서 24명의 보직 교수들은 보고서만 내면 무조건 받을 수 있는 양평가 점수가 없어지고, 심사를 받아야 하는 질평가 점수에 40점이 부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업적 평가 점수가 깎이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서울예대측은 "인사 담당자가 수많은 업무를 하다 보니 잘못 계산한 점수를 올리면서 발생한 단순 실수였다"며 "이 일로 인사 부서 전체가 주의를 받았고, 책임자는 의원 면직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피해 교수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면 재임용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단순 실수라면 점수만 누락됐을 텐데 이번 경우는 양평가 기준 점수를 일부러 지운 흔적이 있는데 어떻게 단순 실수라고 할 수 있겠냐"며 학교측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예대의 교직원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행태는 비단 교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8월까지 조교로 일했던 이모씨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잘렸다.
이번에도 서울예대는 규정을 고쳤다. 규정을 바꾸기 전까지 이씨의 재계약에 대한 재량권이 학부장에게 있었다. 하지만 학교측은 이씨에게 해고 통지를 하기 보름 전에 조교에 대한 재계약 심사를 대학본부가 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이씨는 재계약 심사 당시 "면접 위원이었던 교학부총장이 노조를 왜 가입했냐 자기는 노조를 가입했다고 해서 실망을 많이 했다는 말을 직접 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학교측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통의 경우 긴급한 사항이 아니라면 규정을 개정한 뒤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보통이긴 하다"며 "어떤 경우인지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