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노동' 헌법, 노동3권 대폭 보장·동일노동 동일임금 명시

공무원 노동3권 원칙 보장… 노동조건은 노사 대등 공동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준비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 전문이 22일 공개됐다. 헌법에 노동기본권을 강화해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새 헌법 개정안 전문 가운데 노동에 관한 언급은 제33조와 제34조에 있다. 이는 각각 1987년 개정됐던 현행 헌법의 제32조와 제33조에 대응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근로'라는 용어가 완전히 퇴출되고, 그 자리를 '노동'이 대체하거나, '일하다'라는 동사로 쉽게 풀어썼다는 점이다.

'근로'는 근대 국가의 동원체제를 반영하는 이념적 의미가 담긴 용어로,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식민 잔재 용어이자 군사 독재정권 시절 사용자의 관점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노동'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또 다른 굵직한 변화는 제33조 ③항으로, "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정규직 노동자와 완전히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차별대우를 받아왔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현행 헌법 제32조 ③항의 모호한 규정을 뛰어넘어 그 기준을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점도 획기적인 변화다.

이는 곧 노동3권에 관한 제34조(현행 헌법 제33조)의 변화와 직결된다.


그동안 현행 헌법은 오직 근로조건의 향상, 즉 사실상 임금 인상만을 위해 노동3권을 행사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했다.

반면 개정안의 제34조 ①항은 "노동자는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가진다"고 명시해 노동3권을 강화하고, 다만 ②항에서 "노동조건의 개선과 그 권익의 보호를 위하여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0일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현행 판례에 따르면 임금 임상을 위한 단체햊동은 법적 문제가 없는데, 정리해고에 대한 단체행동은 불법이 된다"며 "단체행동권 범위를 일정하게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동안 정리해고 등 긴급한 사안을 앞두고 노조가 사측과 교섭을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임금 인상을 교섭 요구사항에 제시해야만 했고, 이 때마다 보수 언론 등은 회사 사정과 무관하게 무조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라고 비난하기를 반복하던 일도 개헌과 함께 해소될 전망이다.

아울러 공무원의 경우 현행 헌법은 제33조 ②항에서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노동3권을 가진다고 제한했는데, 개정안 제34조 ③항에서는 반대로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만 노동3권을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공무원의 노동3권을 허용했다.

또 현행 헌법 제32조 ②항에 있던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문구는 헌법적 의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삭제해 향후 강제노동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를 차단했다.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와 법정 최저임금을 언급했던 현행 헌법의 제32조 ①항 두번째 문장은 개정안에서는 제33조 ①항과 ②항으로 나누고, 정부의 의무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국가가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노동자의 고용 증진을 위해 노력하도록 했던 기존 헌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정안에서는 고용의 안정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노동조건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비단 여성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국민의 문제로 확장한 점도 눈에 띈다.

현행 헌법은 제32조 ④항에서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리됐다.

반면 개정안 제33조 ⑤항은 "모든 국민은 고용·임금 및 그 밖의 노동조건에서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부당하게 차별을 받지 않으며, 국가는 이를 위해 여성의 노동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나누어 설명했다.

또 취업의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국가유공자·상이군경·전몰군경의 유가족과 함께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등을 구제하다가 사망한 의사자에 대해서도 우선적으로 일할 권리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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