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경남CBS<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윤영순 대표, 박동일 사무장 (이웃사랑나눔회 마산역 무료급식소)
◇김효영> 지난 18년 동안 매 주말마다 마산역 앞에서 어르신들과 노숙자들을 위해서 무료급식을 해 오신 분이 계십니다. 박덕조 이웃사랑나눔회 회장님이셨는데요.
지난 1월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그 유족들이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고 박덕조 회장님의 아내분이시죠. 이웃사랑나눔회 마산역 무료급식소 윤영순 대표님 나오셨습니다.
◆윤영순> 반갑습니다.
◇김효영> 그리고 아들인 박동일 사무장 나오셨습니다.
◆박동일> 반갑습니다.
◇김효영> 이웃사랑나눔회가 박덕조 회장님께서 만드신 단체입니까?
◆윤영순> 네네.
◇김효영> 언제 만드셨나요?
◆윤영순> 거의 한 20년 전인 것 같네요.
◇김효영> 이 단체를 만들면서 무상급식을 하신 거군요?
◆윤영순> 네. 처음에는 라이온스 클럽, 로타리 같은 봉사단체와 같이 했어요. 근데 한 1년하고 나니까 그쪽에서 안하려고 하더라고요. 힘이 들었던가 봐요.
근데 남편은 얼마나 어르신들이 좋아라하시는지 모르겠다고, 자기는 밀고 나가겠다고 그래서. 가족들은 말려도 안 먹히고.
◇김효영> 봉사단체들은 힘들어 못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라도 계속하자고 고집하신거군요?
◆박동일> 그렇죠. 아버지께서 고기 유통업을 하셨는데, 저는 좀 아버지에게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 가족보다 더 귀한 사람이 어디 있냐. 죽을 때 아버지 옆에 가족이 있지 남이 있냐.
하시려면 후원을 받아서 하시는 게 더 낫지 않겠나. 당시는 그 얘기를 여러 번 했었는데도 아버지께는 절대 먹히지 않았습니다.
◇김효영> 원래 그렇게 남들에게 베풀고 사신 분이셨어요?
◆윤영순> 이분은 타고날 때부터 그런 사람이에요.
결혼해서, 월급이 7만원인데 갖고 왔는데 돈이 부족해요. 어떤 할머니 쌀 사드렸데요.
그래서 제가 '이거 가지고 애들 둘이랑 같이 살 수 있냐'고 그랬더니, 할머니가 밥도 못 먹고 사는데 그냥 볼 수가 없다면서 쌀을 사주고 왔더라고요.
그러면서 앞으로 돈 벌면 자기는 무료급식소를 운영을 하겠다는 거예요. 그것을 저에게 못을 박아버리더라고요. 내가 운영을 그렇게 할 테니 너는 거기에 대해서 말을 하지 말라고. 그래서 알겠다고...
◇김효영> 옛날부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어르신들을 그냥 못보고 지나친 거네요.
◆윤영순> 그렇죠. 바로 그거에요.
◇김효영> 그런데 최근에 돌아가셨습니다. 어쩌다...
◆박동일> 돌아가신 게 저희는 꿈만 같죠. 사실은. 워낙 건강하셨으니까.
◆윤영순> 아직 병원에 한번 가본 적이 없어요.
◆박동일> 폐암진단을 받아서 수술을 하긴 했는데, 수술이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후관리가 예후가 좀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산소호흡기를 꼽으시다가 거의 한달 남짓돼서 돌아가신 거예요.
◇김효영> 가족들은 큰 상처를 입으셨겠습니다.
◆박동일> 많이 당황스럽고. 또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가 굉장히 컸었요.
후원도 받아야 되고 하는데 아버지가 없으니까 후원도 들어오지 않는 부분도 있고.
◇김효영> 선친께서 남기신 유산은 없으시고요?
◆박동일> 빚만 남겨주셨어요. 저희가 상속을 다 포기를 했습니다. 전부다.
◇김효영>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무료급식소 운영을 접을 수도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박동일> 물론 그런 생각이 들기는 들었습니다만, 제가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약속했던 사진이 있습니다. 제가 그 사진을 보면서 이대로 끝을 내는 것 보다는 뭔가의 대책을 마련하자 해서 이렇게 방송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김효영> 사진이요? 어떤 사진인가요?
◆박동일> 한번 보여드려야겠습니다.
◇김효영> 아... 아버지께서 병실에 계실 때 찍으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꼭 잡고 계십니다.
◆윤영순> 아버지께서 "이 사진을 안 찍으면 너희가 안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을 남겨둬라"
◇김효영> 잠시만요. 이렇게 사진을 찍자고 하신 게 아버님이셨고. 무엇을 약속하라고 하신거예요?
◆박동일> 무료급식소를 끝까지 운영해라.
◇김효영> 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박동일> 예.
◇김효영> 무료급식소를 계속 운영해라. 약속해라. 그리고 사진 찍어라?
◆박동일> 약속해라, 아버지 살아있을 때. 그래서 약속을 했습니다.
◇김효영> 그 약속을 한 증거로 사진을 찍으라고 그렇게 하신 거군요.
◆박동일> 그 사진 때문에, 그 약속 때문에...열심히 해야죠.
◇김효영> 아버님은 왜 그렇게 무료급식소를 꼭 해야 된다고 말씀을 하시던가요?
◆윤영순> 자기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18년간을 했는데, 너는 엄마랑 둘이서 식당을 운영해서, 아무리 어렵지만 나는 너희보다 더 어려울 때도 했으니까 아버지가 이때까지 하던 거니까 꼭 해야 한다고 몇 번을 강조를 했어요.
◆박동일> 제일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사명감이죠.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명감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저보고 꼭 하라고 했던 것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하길 잘 했어요, 사실은.
◇김효영> 힘들지만 아버지 뜻을 이어가길 잘 했다는 말씀.
주말마다 하시는데, 하루에 몇 분 정도 오십니까?
◆박동일> 토요일은 200명에서 230명. 그런데 양은 그 두 배입니다. 왜냐면 많이 드셔요.
◇김효영> 배를 곯고 계시다 무료급식소에서 한꺼번에 많이 드시는군요.
◆박동일> 거의 400명의 식사를 대접하는 것과 똑같죠. 양은.
그리고, 이틀을 합치면 500명 가까이 됩니다.
◇김효영> 일주일에 500명. 한 달이면 2000명이 넘는 분들이 무료급식소를 이용하시는 겁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겠는데요.
◆박동일> 정말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후원도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후원금 비축한 걸 거의 다 쓰고...
◇김효영> 알겠습니다. 하루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까?
◆박동일> 이틀에 100~120만 원 정도선?
◇김효영> 그럼 한 달에 400~500은 쉽게 들어가는군요. 두 분이 지금 식당하고 계신데, 그걸로는 감당하기 힘들겠습니다.
◆윤영순> 힘들죠.
◆박동일> 그래도 후원하시는 분들이 고맙지요. 쌀 후원을 제일 많이 받고요. 식품후원도 조금씩 받습니다. 간장이라든지.
◆윤영순> 후원하시는 분들이 도움이 많이 되요.
◇김효영> 그래요. 아버님과의 약속, 끝까지 지킬 생각이세요?
◆박동일> 네, 끝까지 지킬 생각입니다.
◇김효영> 도움을 주시고 싶으신 분, 나중에 저희가 연락처 남겨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벌써 다 되었네요. 사모님, 혹시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윤영순> 우리 아저씨를 잘 아시는 분들이 지금도 도움 주시는 분들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은 꼭 좀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효영> 아드님?
◆박동일>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저희 아버지가 많이 다그치고 화를 내고 그런 성질을 다 받아주시고 지금까지 아버지 옆에서 봉사를 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제가 열심히 뛰어서 아버지보다도 더 본보기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함께해주실 분들 연락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윤영순, 박동일> : 네 감사합니다.
[후원문의 = 박동일 사무장 010-4440-7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