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실수는 인정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나흘간의 침묵을 깨고 5천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데이터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에도 활용됐다는 스캔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커버그 CEO는 21일(현지시간) 입장문을 내고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지켜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서비스를 제공할 자격이 없다"면서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이 앞으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 장구하게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데이터 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앱 개발자인 케임브리지 대학 알렉산드르 코건 연구원이 페이스북과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코건 연구원이 '연구 목적으로' 개인 성향을 파악하는 퀴즈 앱을 시작했을 때 약 30만 명 정도가 이 앱을 설치했지만 당시 페이스북 플랫폼의 허점을 이용해 친구로 연결된 수천 만 명의 개인정보까지 접근했다면서 페이스북은 2014년 악성 앱 방지를 위한 플랫폼 변경으로 이러한 데이터 앱 접근 범위를 제한시켜 친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2015년에서야 코건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데이터를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동의 없이는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도록 한 페이스북 정책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통보한 뒤 코건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로부터 데이터를 삭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 삭제 여부를 확인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따로 해명하지 않았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공동창업한 뒤 2014년 회사를 떠난 크리스 와일리(Chris Wylie)는 이번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을 폭로하면서 "회사의 목표 중 하나는 콘텐츠를 삽입하여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런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전달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영국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데이터 사고 발생 직전인 2011년과 2012년 데이터 보호 책임자로 일했던 샌디 파라킬라는 21일 영국 의회 위원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있어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느슨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메일 주소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어떤 경우에는 사적인 메시지와 같은 민감한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실한 통제 없이 페이스북 서버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며 "정말 심각한 것은 페이스북 개발자들이 명시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의 데이터에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저커버그 CEO는 향후 페이스북의 감사에 동의하지 않는 개발자 앱은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앱 개발자는 3개월 동안 해당 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의 데이터에 더 이상 접근 할 수 없으며, 개발자가 페이스북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 동의를 얻지 않는 이상 수집 할 수 있는 데이터는 이용자 이름, 프로필 사진, 이메일에 한정된다.

다음 달부터는 이용자가 앱의 데이터 접근 권한을 쉽게 취소할 수 있는 도구를 뉴스 피드 상단에 배치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데이터가 앱에 의해 문제가 될 경우 이용자에게 즉각 알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2년 전 개인정보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숨겨왔다. 실수가 아니라 인지된 사고였지만 끝내 저커버그 CEO의 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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