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금융 속 최순실 뿌리 뽑기 나서

최순실씨 관련 은행법 위반 여부, 실무진 검토 中

(사진=자료사진)
하나은행 채용 비리 특별 검사를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중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은행법 위반 여부 등을 포함, 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은행권 채용비리와 달리, 김 회장을 직접 겨냥하는 조사 계획이어서 김 회장의 3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실무진은 국정농단 핵심인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고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을 승진시킨 김 회장이 은행법 35조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은행법 35조에 따르면, 은행의 대주주는 그 은행의 이익에 반해 은행의 인사나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최씨의 1심 판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 수석 등의 요구에 이 전 본부장의 승진을 지시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전 본부장의 승진을 최씨가 요청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승낙으로 안 전 수석에게 전달됐다. 안 전 수석은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김 회장에게 이 전 본부장의 승진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2016년 1월 23일 이 전 본부장을 승진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부행장 유모씨를 통해 글로벌 영업본부 조직 개편을 지시했다. 글로벌 영업 그룹장 밑에 1본부장과 2본부장을 신설해 본부장급 자리 2개를 새로 만든 뒤 같은해 2월 1일 이 전 본부장을 글로벌 영업 2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 전 본부장 한 사람을 승진시키기 위해 일부러 자리까지 만든 셈이다.

금감원은 당초 은행법 35조의 해석을 놓고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법 35조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①은행의 이익에 반했는지 여부 ②부당한 영향력 행사다. 금감원은 김 회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심 판결만 놓고 보더라도 김 회장은 하나은행 부행장을 통해 이 전 본부장의 인사 지시를 했다. 기본적으로 은행 인사권은 은행에 있는데,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 간부를 통해 인사 지시를 한 루트 자체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본부장의 인사 지시를 본인이 했다고 위증을 했는데 이 자체도 김 회장의 부당한 인사 지시를 가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금감원은 1심 판결문일지라도, 1심 재판에서 김 회장이 이 전 본부장의 승진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2심, 3심까지 가더라도 '사실 진위'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주목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1심 판결이라 할지라도 승진 지시 자체는 양측이 모두 인정한 사실"이라면서 "김 회장에서 하나은행 부행장까지 지시 루트 말고도, 그 과정 등 세세한 부분을 금감원이 더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은행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금융법상 문제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답한 사항이다. 이처럼 조사 명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내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 비리와 연루돼 사임하면서 관련 사항을 특별 조사하는 데에도 '보복전'이라는 일각의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은행법 위반 관련 여부는 실무 검토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방법이랑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아무래도 보복성 검사라는 꼬리표가 붙을 텐데 이런 것에 얽매이거나 오해받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당초 금감원은 연간 계획으로 개별 금융지주에 대해 지배구조 검사 일정을 잡아놨다. 지난 1월 NH농협, 메리츠 등 3곳에 대한 검사를 마쳤고, 지난 12일부터는 KB금융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다음달 경영 실태 평가와 지배구조 검사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다. 금감원은 이 지배구조 검사와 함께 김 회장의 은행법 위반 여부까지 함께 조사할 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당국과 언론을 향해 관치, 내부 파벌, 피해자 프레임 등을 계속해서 쓰고 있는데 이를 격파해야 한다"면서 "감독 권한을 가진 당국은 본인들이 정당하다면 '보복성 프레임'을 걱정할 게 아니라 본연의 임무에 따라 잘못한 부분을 지적해야 그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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