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국 54개 병원 1만여명의 간호사와 사무행정직군 등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기관 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92.8%가 식사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간호사의 1/3가량은 '밥먹을 시간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또 병원 근무자 중 법정 휴게시간을 모두 보장받는 근로자는 고작 15.8%에 불과했다. 특히, 절반이 넘는 간호사(54.4%)들은 전혀 휴게시간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병원에서 사용할 비품과 물품을 종사자들이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도 흔했다. 응답자들은 생활용품(56.9%), 사무용품(45.5%), 근무화(45.3%), 의료용품(38.3%) 등을 주로 개인 돈으로 구매하고 있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잘못 신청한 환자 식대'나 '휠체어'를 청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를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 개인사물함 검사나 핸드폰 반납, CCTV를 통한 감시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응답자는 11.4%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1.5%는 청소나 주차관리 등 본인의 업무가 아닌 업무를 강요받기도 했다. 절반가량(46.1%)은 의사와 무관하게 장기자랑, 체육대회 등 병원 행사에 동원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간호사 10명 중 4명은 '태움'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응답도 83.3%에 달했다. 간호사에 대한 폭언(65.5%), 폭행(10.0%), 성폭력(13.2%)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는 10명중 6명 꼴(59.7%)였으며, 수당 신청 자체를 금지한 경우도 4분의 1(26.3%)이 넘었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국장은 "병원 노동자의 노동 현실이 조금 힘든 정도가 아니라 응급상태고 중증상태인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태움, 공짜노동, 속임인증, 비정규직 등 4가지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갈 방침이며 근로자-사용자-보건복지부의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