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교육부는 '무시'…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 벌인 총장님
②서류 위조·조작 '난무'…줄줄 새는 서울예대 특성화 사업비
<계속>
입학전형료로 '수당 잔치'를 벌인 서울예술대학이 국고지원금인 특성화 사업비로 '항공권 취소 수수료'까지 내는 등 사업 취지에 맞지 않게 유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이 과정에서 서류 조작에서부터 허위 보고까지 온갖 부정과 편법이 난무했다.
2014년부터 5년동안 매년 30억~50억원에 달하는 특성화 사업비를 받은 서울예대가 국고를 사금고처럼 탕진하는 동안 교육부는 형식적으로 작성된 서류만 믿고 단 한 번도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 교육부의 부실한 감독 탓에 국민 세금은 '눈 먼 돈'처럼 엉뚱한 곳으로 새나갔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예대는 지난 2016년 특성화 사업으로 그해 11월 주한영국문화원이 주관한 '영국 직업교육대학 방문연수'에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4명의 교수가 8박9일간의 일정으로 연수를 계획했다가 출국날짜를 얼마 남기지 않고 돌연 취소했다.
갑작스런 취소로 당시 서울예대는 전체 사업비 1,760만원의 77%에 달하는 1,360만원을 항공권 등 각종 취소 수수료로 물었다.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1,000만원이 넘는 돈을 허공으로 날려 버린 셈이다.
이후 서울예대는 수수료를 국고지원금인 특성화 사업비로 처리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결과보고서를 조작했다. 더욱이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특성화 사업 종료 직전인 지난해 2월 교수 2명을 3박4일 일정으로 영국에 다녀오도록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결국 영국 연수 사업비로 890만원을 쓰고도 결과보고서에는 취소 수수료(1360만원)를 합한 225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예대측은 행정적으로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취소 이유를 주한영국문화원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서울예대측 관계자는 "나중에 세부일정을 보니까 이공계 대학 방문 일정만 있고 예술대는 없었다"며 "문화원이 (방문을) 희망하는 대학에 대해 의견을 내면 반영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안 해준다고 해서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따로 없었다"며 "그마저도 안 된다는 것을 저희가 주장을 해서 400만원이라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예대가 국고인 특성화 사업비를 총장의 '쌈짓돈'처럼 사용한 정황은 또 있다.
2016년 6월, 난데없이 서울예대 음악학부에 대학본부로부터 그랜드피아노 구입 요청 의뢰가 떨어졌다. 2억원짜리 그랜드피아노를 사줄테니 구입 요청 공문을 올리라는 것이었다.
음악학부 한 교수는 "학과에서 필요한 기자재는 사주지도 않던 학교가 갑자기 2억이라는 큰 돈을 들여 그랜드피아노를 사주겠다고 해서 황당했다"며 "활용도가 낮은 그랜드피아노 구입에 너무 큰 돈을 쓰는 것 같아서 반대했는데, 총장이 사라고 하니 바로 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담당 과의 반대에도 학교측은 구입을 강행했고, 두 달 뒤 실제 구매가 이뤄질 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구입비 전액은 특성화 사업비로 충당됐다.
그러나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학교측이 그랜드피아노 구입을 위해 학과 교수들로부터 받은 '실용음악전공 그랜드 피아노 구입 요청에 관한 의견서'[사진 3]의 서명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학교측으로부터 교수 동의서를 받아 공문을 올리도록 압박을 받은 학과 조교가 교수들의 사인을 위조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측이 위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조교였던 A씨는 "그 전에도 기자재 요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게 대부분이어서 한 교수님께 물었더니 '사주겠냐'며 알아서 올리라고 했고, 이전에도 사인을 대신 해서 올렸던 적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측이 서류를 빨리 내라고 재촉해서 제출했더니, 담당직원이 사무실로 불러 '해외 출장 중인 교수 사인까지 받은 건 너무 티 나지 않냐'는 지적을 했었다"고 기억했다.
A씨는 "서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본부 담당 직원과 계속 협의해서 진행했다"며 ""방학 중이라 교수님들 대부분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 상의를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위조된 구입요청서를 근거로 학교측은 두 달 뒤 각각 1억9300만원, 3690만원의 그랜드피아노를 사들였다.
이에 대해 A씨가 사인 조작 사실을 묵인했다고 지목한 서울예대측 관계자는 "사인이 위조된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당시 학부장 결재까지 받은 문서를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고 묵인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과에서 필요해서 구입 요청서를 받아 구입한 것으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과의 요구에 의해 구입됐다는 그 2억짜리 그랜드 피아노는 구입 이후 1년여 동안은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으로 공연장 로비에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학교측의 해명은 오락가락 했다. 처음에는 공연장 바로 옆 로비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전화만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사용 실적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실적을 내놨다.
해당 기간에 대해 학교측이 보내온 운영 실적을 보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두 달여동안 7회 사용된 것이 전부였고, 나머지 8개월 이상은 전시용이었다.
서울예대측 관계자는 "방치했다기 보다는 고가의 피아노이다 보니, 평소에는 일반 피아노를 쓰고 그랜드 피아노는 특별한 경우에 주로 사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예대는 특성화 사업비를 자기네들 임의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2017년도 보직자 회의록'에는 의아하게도 전년도 특성화 사업이 끝난 지 3개월여가 지난 6월22일에도 2016년 특성화 사업에 대한 논의가 등장한다.
'예술정보센터 키네틱 사업 추진 건'이라는 제목으로 경영부총장이 발의한 안건이다.
경과보고를 보면 "2016학년도 특성화 사업에 대한 실사가 7월말로 예정돼 있으므로 특성화 사업으로 추진한 '키네틱 아트'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운을 뗀 부총장은 "그동안 '에스크로(escrow)'를 걸어놓았던 키네틱 아트 사업 예산 6,286만원이 해제되어 지급이 되었으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크로'는 특정 목적에 사용되는 것 외에 출금이 제한되는 일종의 금융 보장 장치를 말한다.
이는 서울예대측이 기간내 사업을 끝내지도 못한 상황에서 편법을 동원해 사업을 완료한 것처럼 '허위'로 결과보고를 하고, 차후에 사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도 서울예대측은 또다시 엉뚱한 해명으로 일관했다. 학교측은 '에스크로'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고, '질권 설정'을 해놓은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미완성됐던 것이 아니라 완성된 작품을 납품받았지만 하자가 있어 사업비 집행을 은행에 묶어뒀다는 얘기다.
하지만 학교측의 해명은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당 사업에 참여했던 서울예대 한 학생은 "8월 초 작업을 시작했고 완료된 시점은 8월 말 정도 였다"며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든 느낌은 완성된 작품에 대해 보수한다기 보다는 처음 작품을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설명은 '완성된 작품을 보수하는 과정이었다'는 학교측 해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오히려 보직자 회의록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결국 학생의 발언 내용을 내놓자 서울예대측 관계자는 "작품의 완성에 대해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절차적인 문제만 보지말고, 사업의 내용을 좀 헤아려 달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와 관련 특성화 사업을 교육부로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측은 "대학으로부터 받는 보고서에는 사업명과 예산, 대강의 일정만 적게 돼 있어,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항공권 등 취소 수수료 집행은 사업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고 환수 조치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