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시기를 오는 26일로 못 박으면서 여야 간 개헌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정부 형태, 개헌 시기 등 개헌안과 직접 관련된 것은 사항에도 선거제도 개편도 얽히면서 복잡다단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26일까지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며 20~22일 3일 동안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전문과 기본권·지방분권과 국민주권·정부형태 등 헌법기관에 대한 개헌안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방침을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6일로의 발의시기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데 대해 환영하는 한편 국회도 하루빨리 개헌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직접적인 대통령 발의는 국회를 무시하거나 개헌 논의를 경직되게 만드는 처사라며 일제히 반대하거나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갈등구도는 국회 개헌안 도출을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날 오전 마련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나타났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국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발의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구한 반면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야당도 통 큰 결심을 금방 할 텐데 그렇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 시기에 대한 입장은 범진보와 범보수 정당이 진영을 뛰어넘으며 뒤섞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개헌을 살릴 수 있는 투표율 50% 이상을 달성하고 촛불혁명으로 커진 개헌에 대한 관심을 활용하려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바른미래당도 동의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며 6월 투표가 아닌 6월 개헌안 발의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범진보 정당인 민주평화동이 동조하고 있다. 조배숙 대표는 "지방선거와 개헌안을 같이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분명히 반대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6월 개헌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한국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개헌안 협의에 참여한다면 발의시기를 늦출 수 있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헌의 핵심인 정부형태, 그 중에서도 국무총리의 선출 방식에 대한 입장은 또 다른 지형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여당과 4야당이 대립하는 구도다.
여론에 따라 대통령제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는 민주당은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고 국회가 이를 동의하는 현행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국회가 총리를 선출할 수 없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려면 국무총리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 중인 평화당과 정의당도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 총리 추천제와 총리 선출제는 개와 고양이처럼 다르다"며 총리 추천제가 대통령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선거제도 개혁도 개헌논의와 연계되면서 논의가 복잡해졌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개헌에 앞서 현행 선거제도에 비례성을 더한 연동형 비례제 등을 도입해야만 개헌안이 일괄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연동형 비례제를 당론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도 "비례성 강화는 민주당의 오랜 당론"이라고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간 비례성 강화에 뚜렷한 입장이 없던 한국당이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이를 찬성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는 이날 오후에도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개헌안 합의에 나섰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별 소득 없이 헤어졌다.
그럼에도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인 오는 26일 이전에 다양한 해법 모색에 나설 전망이어서 이번 주가 국회의 개헌 합의안 도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