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조는 이번 양회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초법적’ 사정기관, 국가감찰위원회의 주임으로 양샤오두(楊曉渡) 중앙기율위 부서기가 임명된데서도 감지된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소불위’로 불리는 국가감찰위원회가 당초 예상과 달리 공산당에 종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19일 보도했다.
국가감찰위는 국무원의 감찰부, 국가예방부패국 그리고 인민검찰원의 반부패 조직 등을 통합한 거대조직으로 공산당원은 물론 비당원 출신의 공직자를 모두 감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심문·구금은 물론 재산 동결과 몰수 권한까지 부여받은 '수퍼' 사정기관이다. 국가기관 서열도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다음으로 법원과 검찰에 앞설 정도여서 누가 책임자로 임명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지금까지 성(省)과 시 단위의 감찰위 주임 31명을 모두 지방 기율검사위 서기로 채웠다는 점에서 국가감찰위 주임 역시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겸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지만 예상을 깨고 양샤오두(楊曉渡) 중앙기율위 부서기가 선임됐다.
전문가들은 국가감찰위 주임을 자오러지보다 급이 낮은 양샤오두로 결정하면서 국가감찰위가 명백히 당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중앙기율위 부서기 출신인 양샤오두가 국가감찰위를 맡게 된 것은 국가감찰위가 중앙기율위에 종속된 일개 부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국가감찰위가 기존의 당 중앙기율검사위를 대체해 당원과 비(非)당원의 비위를 아우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당 기율위는 공산당 출신 공직자의 비위를 전담하고 국가감찰위는 비당원 출신 공직자들의 비위를 조사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부장급 인사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국무위원으로 승격했지만 전임이었던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의 이름이 당초 예상과 달리 부총리 명단에서 빠진 것도 같은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중앙외사영도소조 비서장과 판공실 주임, 국무위원을 겸임하고 있던 양제츠로 하여금 당 대외연락부와 통합해 규모와 위상이 커질 영도소조 직책에 전념케 하는 것을 권력투쟁에서 밀린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중앙외사영도소조의 조장과 부조장이 각각 시 주석과 왕치산(王岐山) 신임 국가 부주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제츠는 시진핑-왕치산과 함께 중국외교 3인방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전공 분야인 경제쪽에서도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게 무게가 실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 주석 집권 기간 총리와 국무원의 역할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조직 개편을 전체적으로 볼 때 시 주석이 조장으로 있는 ‘영도소조’들이 핵심적인 정책결정의 전면에 나서고, 총리 산하 국무원 조직은 단순한 집행기관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 이후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권한이 강화됐던 총리와 산하 국무원의 역할이 막강한 시 주석의 등장과 더불어 쇠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