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왜 반대할까?

- 야당, 국회가 개헌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
- 한국당의 관제개헌 주장은 정치적 수사
- 대통령 발의 개헌안, 발의시기와 설명시기 달라질 듯

■ 방송 : CBS 라디오 <굿모닝뉴스 박재홍입니다> FM 98.1 (06:05~07: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CBS 보도국 안성용 정치부장


◇ 박재홍 : <안성용의 정치기상도>시간. CBS보도국의 안성용 정치부장입니다. 개헌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좀 늦춰지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 안성용 :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면 20일 이상의 공고를 거쳐야 하고, 헌법 개정을 하자고 제안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야 합니다. 이 것은 헌법에 나와 있는 사항이어서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이내'라는 표현이 있어서 얼마든지 신축 적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원활한 국회논의 등을 위해서는 3월 20이나 21쯤에는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청와대 관계가가 20일이나 21일에 발의될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2일부터 문 대통령이 베트남과 UAE 순방을 떠나지 않습니까? 개헌을 발의한 뒤에 곧바로 해외로 나가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지난 주말부터 발의가 연기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마침 여당인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헌안 발의를 26일로 늦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박재홍 : 예.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설득을 위한 시간을 좀 더 달라는 것이죠.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26일쯤 되는 거면 순방기간 중이니까 문대통령이 전자결제를 할 수도 있겠네요.

◆ 안성용 : 현재로써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문 대통령이 순방에서 28일에 돌아오고 국무회의를 열어서 개헌발의도 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26일에 발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개헌 발의가 늦어지면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늘(19일)쯤 에는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확정하고 해외순방에 앞서 21일쯤에 먼저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박재홍 : 그러니까. 개헌안 ‘발의시기’와 ‘설명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거군요. 그런데 야당에서는 대통령 발의를 이렇게 반대하는데 이유는 뭡니까?

◆ 안성용 :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고, 국민들에 의해 직접 뽑힌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니 만큼 국회가 개헌논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논립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에서는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관제개헌'이라고 주장합니다만, 대통령 개헌 발의권은 헌법에도 나와 있는 것으로 관제개헌이라는 표현은 정치적 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개정의 주체가 국회가 돼야 한다는 데는 민주당도 그렇고 다른 야당도 같은 생각인데, 그동안 국회 논의를 지켜보다가 이러다가는 6.13 지방선거때 개헌을 못하겠다고 생각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려고 하니까 한국당은 물론이고 정의당까지 나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한국당이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는 분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 국민 투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자 한국당 김 원내대표가 이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정의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발언에 한국당 원내대표가 감사하다고 맞장구치고 나오는 게 약간은 생경합니다.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 발의 개헌안' 준비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박재홍 : 그렇다면 한국당의 개헌할 의사는 있는 거죠? 한국당의 당론은 뭡니까?

◆ 안성용 : 당론인지는 확실치가 않습니다만 한국당의 개헌에 관한 입장에 대해 지난 16일에 김성태 원내대표가 밝혔습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통해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겠다", "국회에 부여된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또 "6월까지 국민개헌안을 마련 후 여야 합의로 개헌안 발의와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라면서 사실상 ‘6월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실시’에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 박재홍 : 한국당이 밝힌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에 대해서 여권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데 이유는 뭡니까? 사실상 의원내각제를 요구한 것이다?

◆ 안성용 : 그렇습니다. 어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KSOI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중 7명은 대통령제를 선호합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담길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한 선호도 높습니다. 그런데 한국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총리를 사실상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얘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건 사실상 의원내각제입니다. KSOI 조사에서 의원내각제에 대한 선호를 보면 대통령이 통일, 외교, 국방을 담담하고 국회가 뽑은 총리가 내정을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에 대한 선호가 15%, 순수 의원내각제에 대한 선호가 6.9%로 합쳐서 23%가 안됩니다. 국민들은 70% 정도가 대통령제를 선호하지만, 야당에서는 국민들 뜻과는 상관없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하자는 거니까 여기에는 찬성할 수 없다...국회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와 민주당의 논리입니다.


◇ 박재홍 : 여권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요?

◆ 안성용 :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논의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가장 중요한 게 지방분권입니다.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권한을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서 지방에 내려주자는 것 이구요. 또 하나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예산권, 감사권, 법률안제출권 등을 국회에 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논의가 아니고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거나 추천하겠다는 것은 오로지 국회 권한 강화만 생각하는 국회를 위한 개헌이라는 게 여권, 특히 청와대의 생각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는 국회가 예산권, 감사권 등을 받을 만큼 능력이 되고 국민신뢰를 얻고 있느냐는 겁니다. 국민 불신이 여전한데 총리 선출권을 국회가 갖겠다는 논리가 어색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 박재홍 : 개헌 논의 어떻게 진행되겠습니까? 6월 지방선거전에 완료할 수 있을까요?

◆ 안성용 :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 지지부진하던 개헌 논의가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임박해지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한다고 해서 국회 논의가 물건너간 것은 아니고 오히려 더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발의를 했다고 해도 정치권이 합의를 할 경우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개헌논의는 이제부터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는 표현을 썼던 게 인상 깊었는데, 저는 똑같이 앞으로 한 달 남짓 되는 기간에 개헌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박재홍 : 개헌,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까지 앞으로 한달은 정말 중요한 한달이 되겠네요. 정치권 얘기 나왔으니까 지방선거 문제도 살펴보죠.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미투 열풍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죠?

◆ 안성용 : 어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박 의원은 "변화와 혁신에 실패한 서울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박원순 시장에 각을 세운 뒤에 "자연과 경제, 문화가 숨 쉬는 미래 서울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에 앞서 우상호 의원은 지난 11일에 "서울을 바꾸라는 촛불의 명령을 받들겠다"며 출마선언을 했구요. BBK 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선언을 했습니다만 민주당 복당이 먼저 선행돼야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금 더 있다가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박원순-박영선-우상호의 3파전으로 압축되게 됐습니다.

◇ 박재홍 :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영입에 공을 들였는데, 이게 무산됐어요?

◆ 안성용 :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반짝 부상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어제 불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직접 통화를 했지만 왜 마음을 바꾸게 됐는지 지원하게 밝히지 않고 지금까지 견지해온 삶에 충실하겠다면서 말을 아꼈습니다.이 전 처장은 홍 대표에게 “대표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한 점을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혹시 이번 일로 대표님과 당에 누가 됐다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말미에 '지식인 노릇 하기 참으로 어렵다'는 매천 황현 선생의 외침이 뇌리를 스치고 있다는 문자도 같이 보냈다고 합니다. 홍정욱 전 의원에 이어서 정치신인 격인 이 전 처장에게 전략공천까지 시사하며 손을 내밀었던 홍준표 대표가 적잖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 박재홍 : 안철수 전 대표는 인재영입 위원장으로 백의종군 한 달여 만에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됐네요. 관심은 서울시장 출마여부 아니겠습니까?

◆ 안성용 :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게 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제 기자간담회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말씀하신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기자가 물었는데 "인재영입의 결과들을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당분간 인재영입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속시원한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당과 서울시장 후보와 경기도지사 후보를 나눠 내는 식의 '묵시적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마찬가지로 즉답을 피했습니다. 아니라고 선을 긋지 않은 이상 연대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습니다.

◇ 박재홍 : 그럼 안철수 전 대표의 본인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도 확실한 답을 안한거군요?

◆ 안성용 : 네 그렇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출마에 압박이 더 들어올 것이고 제가 이 시간에 자주 말씀드렸습니다만 결국 출마 수순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재홍 : 민주당은 일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충격을 점차 수습하는 분위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안성용 : 안 전 지사 오늘 두 번째로 검찰에 소환됩니다만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충남지사 출마를 포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의 복당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분위깁니다. 지방선거에서 성추행당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구요.

대신 전남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김영록 농림부 장관과 신정훈 청와대 농업비서관이 경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습니다. 부산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던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남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국민들의 관심이 '안희정'에서 다른 유력 후보들로 빠르게 옮겨가는 양상입니다.

◇ 박재홍 : 이번 주 관전 포인트 키워드로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 안성용 :오늘 22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연합 순방에 나섭니다. 28일에 귀국합니다. 2018년 들어 첫 해외순방입니다.

문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앞서 말씀드린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을 가져볼 대목입니다.

◇ 박재홍 : <안성용의 정치기상도>시간 CBS 보도국의 안성용 정치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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