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청와대가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몽니'를 질타하면서 사실상 21일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마지노선으로 천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야간 국회 협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 "개헌을 국회가 주도하고 싶다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등 연일 한국당을 압박하며 개헌 논의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한 가운데, 집권여당도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대야(對野) 압박용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21일로 예정된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26일로 미뤄주실 것을 문 대통령께 정중히 요청한다"면서 한편으로는 "개헌 발의권에 대한 억지 주장을 그만두고 내일부터 개헌 협의 틀에 앉아달라"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지난 주말까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점을 논의했던 청와대는 19일에도 국회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최종 발의 시점을 결정해 국회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1일에 개헌안을 발의할지를 두고 검토 중이지만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심의기간 60일은 최대 보장치이고, 국민투표를 위한 공고기간 18일을 합친다고 해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점은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석의 여지에 따라 국회 심의기간 60일을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야당, 특히 한국당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명분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헌안 발의 시점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과 개헌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국회와 원만하게 합의하면서 또는 국회를 앞세워서 하는 방법을 고려해 발의 시기를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부터 21일로 발의 시점을 확정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국회에 여유를 주면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21일이었고 이 날을 넘기더라도 국회에서 논의할 기간을 깎아먹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대응은 6월까지 국회 합의안을 만들어 처리하겠다는 한국당과 이에 동조하는 정의당 등 일부 야당에 지난 19대 대선 당시 국민들과 한 개헌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한 정치권의 일부 부정적 인식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6·13 지방선거의 최대 '블랙홀'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의 개헌안을 던져놓고 베트남과 UAE 순방에 떠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다는 청와대 내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대통령 출국 직전 구체적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공개해 국회가 협의할 시간을 준 뒤 귀국하는 28일 직후 이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공식 발의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