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통합 6연패에 도전하는 아산 우리은행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은행과 청주 KB스타즈의 경기 후 기자회견 내용을 주요 키워드로 정리했다.
#세리머니
올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정은에게는 챔피언결정전 무대가 간절했다. 아직 우승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5차례 정상에 올랐던 박혜진에 따르면 선수들은 오랜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는 김정은을 위해 "언니가 슛을 넣으면 함께 세리머니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최고참 임영희는 "중요한 1차전이니까 세리머니를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반전이 있었다. 박혜진은 "그런데 영희 언니가 슛을 넣고 오히려 세리머니를 하셨다"며 웃었다.
임영희의 활약은 대단했다. KB스타즈가 3쿼터 중반 스코어를 역전하자마자 연속 득점을 터트려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총 13점을 넣었고 그 중 7점을 3쿼터에 몰아넣었다.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의 전반전 슛 시도가 1개밖에 없다가 후반 공격에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전반전 내내 다소 답답했던 우리은행의 공격을 스스로 풀어냈기에 자신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세리머니를 가장 크게 펼친 이는 위성우 감독이었다. 3쿼터 막판 박혜진이, 4쿼터 중반 임영희가 결정적인 3점슛을 넣을 때마다 폴짝 뛰었다.
김정은의 활약은 우리은행에게 단비였다. 4쿼터에만 9점을 넣는 등 총 14점을 보탰다. 3점차로 쫓긴 4쿼터 막판에는 결정적인 3점슛 블록을 해냈다.
위성우 감독은 4쿼터 승부처에서 1대1 공격으로 대량 득점을 올린 김정은을 두고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슛이 들어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혜진은 "그런 부분이 바로 우리은행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승리
위성우 감독이나 박혜진이나 우승 경험이 많은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들은 1차전을 두고 "경기력보다 이기는 게 더 중요한 경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휴식으로 경기 감각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 우리은행은 오로지 승리에만 집중했다.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이 빛났다. "스코어를 벌려야 할 때 3점슛이 나온 게 우리에게 컸다"고 말했다.
반면, KB스타즈는 접전을 펼치고도 고개를 숙였다. 48-58로 뒤진 4쿼터 막판 연속 7점을 몰아넣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막판 뒷심이 우리은행보다 약했다.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점을 감안하면 분전했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비도 열심히 하고 잘 싸웠다"면서도 "임영희와 김정은의 득점을 막지 못한 게 아쉬웠다. 반대로 공격에서는 2점슛 하나, 3점슛 하나가 필요할 때 그게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 경기는 그 차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앰버 해리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5일 앞두고 외국선수 데스티니 윌리엄스를 앰버 해리스로 교체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위성우 감독은 "만약 우리가 정규리그 2위를 했다면 시즌 막판 교체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1위를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한 선수를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윌리엄스가 지난 7일 훈련 도중 무릎을 다친 것이다. 이미 좋지 않은 무릎이 악화됐다. 우리은행은 당장 한국에 올 수 있는 외국선수를 급하게 찾았다. WKBL 무대에 잔뼈가 굵은 해리스가 왔다.
해리스는 몸무게가 많이 불어있는 상태다. 함께 훈련한 기간은 4일. 기대치는 낮았다.
해리스는 이날 총 14분동안 출전해 4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올렸다. 196cm의 신장은 높이 강화에 도움이 됐지만 느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위성우 감독은 "해줄만큼은 해줬다.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박혜진은 "앰버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사실 너무너무 걱정됐다"며 웃었다. "해리스가 함께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