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4월 고창에 문을 연 매일유업의 '상하농원'은 도시를 떠나 다른 삶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 주고 있다. 상하농원 안과 밖에서 농촌의 가치를 이어가는 젊은 농부들을 CBS노컷뉴스가 만났다.<편집자주>
# 나만 돌아왔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영화 '리틀 포레스트' 중에서)
김봉주(38)씨는 고창에서 나고 자랐지만 스무살때까지 농업은 그와는 상관 없는 분야였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던 그는 쌀이 나무에서 나는 줄로만 알았다. 스무살, 회사 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황급히 고향 땅으로 내려온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아버지의 5천평 수박 농사를 물려받게 된다.
"집안 사정으로 농사를 시작했지만 발로 뛰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포기할까 생각도 여러번 했었죠."
"농촌에서는 혼자서만 잘 살 수 없어요. 농가들이 함께 클 수 있는 딸기 법인을 만들 겁니다."
#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다음달 상하농원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서지현(29)씨는 2014년도 상반기 매일유업 공채출신이다. 목에는 사원증을 걸고 한 손엔 아메리카노를 든 회사원 대신 상하농원의 '농부'를 택했다.
동기들과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며 자신을 달달 볶던 지현씨는 상하농원에 내려온 이후 만족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내 자신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면서 마음의 안정도 얻었다. 고창 출신 직원을 만나 신혼집도 고창에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의 '바쁨'에 치여 살때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그는 "그땐 남들과의 비교에서 뛰어나야 행복했는데 지금은 내가 뛰어나지 않아도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아.
27살의 '낭만 농부' 강상훈씨는 부모님의 가업을 이은 2세 농부다. 농사 경력 3년차인 새내기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경영으로 큰 매출을 올리는 실력파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하시던 대로 복분자를 5kg, 10kg 대량으로 파는 대신 500g씩 나눠 소포장으로 팔았더니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니까요."
지난해는 중국과 일본, 대만의 시장과 농가를 직접 돌아다닌 끝에 당도가 높은 애플 수박 종자를 찾아 수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상하농원에 납품하던 애플수박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이마트와 GS에도 입점의 기회를 얻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그의 수완 덕에 연간 10억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은 너무 답답해요.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 여기 내려와서 농산물 사진작가나 농산물 포장 디자인같이 할 일이 정말 많은데 월급과 취업에만 올인하는 거 같아 안타까워요."
#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봐야겠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귀향을 선택한 상하농원 공채 출신 이윤기(35)씨는 마음속에 '농부'라는 직업을 조금씩 키우고 있는 중이다. 농산물 아웃소싱 업무를 담당하면서 농부들과 땡볕에서 함께 일하다 보니 상하농원 방문객들로부터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 직원"이라는 오해를 종종 받기도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귀농·귀촌인은 모두 49만 6048명이다. 이 중 30대 이하인 젊은층이 50.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국 농가 중 40세 미만 청년 농가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이씨는 언젠가 농촌의 뿌리를 이어가는 농부로 제2의 인생을 살 계획이다.
"작년 기준 50여개 농가와 20여개 업체가 상하농원과 거래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업체와 농가를 늘려가는게 목표에요. 또 40대 후반에 농부라는 저의 인생 계획도 이 안에서 실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