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학교 옥상에서 기관총이 난사됐고, 학교 운동장 맨 앞줄에 서 있던 이들부터 쓰러지는 끔찍한 현장을 봤다고 아픈 기억을 꺼냈다.
고씨는 "대장인지 뭔지 올라가서 뭐라뭐라 얘기 하고 나더니 총을 막 쏘아 됐다"며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이리 저리로 막 넘어졌다"고 증언했다.
70년이 다 된 기억이지만, 그날의 상황은 고씨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씨는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당시 세 살짜리 막내 남동생의 머리도 사람들이 몽둥이로 가차 없이 내리쳤다고 말했다.
"참나무 몽둥이 든 군인이 이북 말씨에요. 이북 말씨로 간나새끼, 지금 죽어도 죽을 거 나중에 죽어도 죽을 거 아무 때나 죽으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머리통을 두 번 후려쳤어요."
때문에 이곳은 제주 4·3을 바탕으로 쓴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당시 북촌에는 특히 아이들의 죽음이 다른 지역보다 많았는데, 너븐숭이 기념관 바로 앞에는 이름 모를 아이들의 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너븐숭이는 넓은 바위 덩어리라는 뜻이다.
어른들의 시신은 북촌 주민 대학살 사건 때 살아남은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아이들의 시신은 당시 암매장한 그대로 남겨 놓았다.
고완순씨를 비롯한 북촌 주민들은 북촌 주민 학살 사건을 절대 잊을 수는 없다면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에 대한 진실은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