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신 전 '소송' 검색…업무 중압감 호소
- 1달 지났지만 태움 문화는 그대로
- "환자 죽일 셈이야?" 한마디에 죄책감
- 인력부족이 근본 원인..구조적 해결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원영(간호사연대 간호사)
사건의 그 이후를 따라가보는 A/S뉴스. 오늘은 지난달 15일에 벌어졌던 서울 유명 종합병원의 한 신입 간호사의 사망 사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던 그 사건 이후를 쫓아가보려고 합니다. 그 신입 간호사의 남자친구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이 상황이 알려진 건데요. 여자친구의 죽음은 간호사 조직 내에 있는 태움 문화 때문이다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건데요. 간호사 조직에서 이 태움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딱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숨진 간호사의 유족을 가까이에서 돕고 계시는 분이세요. 간호사연대 최원영 간호사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최원영 간호사님 안녕하세요.
◆ 최원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신입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한 달 전인 2월 15일.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 달 동안 꼼꼼히 조사를 해 보셨다고요.
◆ 최원영> 네, 죽은 간호사가 가족들이나 남자친구, 친구들 카톡에 남긴 걸 보면 9월에 처음 발령받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굉장히 업무 중압감이나 두려움 같은 걸 많이 호소하고.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마지막 근무날 환자의 체위변경을 도와주는 걸 하고 있었는데.
◇ 김현정> 체위변경이란 건, 욕창 안 생기게 환자분들 뒤집어드리죠.
◆ 최원영> 네. 그 과정에서 환자분 몸에 있던 담즙을 배액시키는 관이 찢어졌어요.
◇ 김현정> 중환자분들은 줄을 여러개 달고 계시는데 그 관이 하나 찢어졌군요.
◆ 최원영> 그런데 그 당직 의사가 와서 좀 심하게 대했다고 제보가 왔어요. 그런데 그 환자한테 소송이 걸릴 것 같다고 자기 소송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굉장히 불안해했고 만약에 주변에서 충분히 설명을 해 주고 위로를 해 줬으면 어땠을까.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12시간 가까이 소송에 대해서 검색을 하고 그랬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배관이 찢어지는 실수. 물론 이거는 실수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건데 다독거리고 선배들이 알려주고 이랬으면 좋았겠지만 심하게 혼났다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소송 이런 걸 검색하고 두려워하다가 결국 목숨을 끊었다.
◆ 최원영> 네.
◇ 김현정> 그런데 해당 병원 측에서는 이 간호사의 죽음 자체가 꼭 태움 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가혹행위 같은 건 없었다. 선배들이 격려해 주면서 밥도 사주고 그랬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최원영> 보통은 그런 실수를 한 간호사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많이 놀랐지, 괜찮아?’ 이런 분위기는 아니거든요, 솔직히. 그리고 그렇게 가혹하게 말을 하는 거에 대해서 누구나 다 약간 면죄부처럼 ‘우리는 환자를 위해서 이렇게 한 거야’ 그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너 환자 죽이려고 작정했어?’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심하게 말해도 별로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정당하게 혼내는 거니까.
◇ 김현정> 그 신입 간호사, 지금 입사한 지 한 5개월밖에 안 된 신입 간호사잖아요. 이 신입 간호사의 남자친구와 유족들의 얘기에 따르면 평소에 이 태움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다. 이런 거죠.
◆ 최원영> 그런데 그 태움이라는 게 좀 다른 괴롭힘이랑 다른 점이 환자의 생명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상황 자체에 의해서 굉장히 압박감을 받거든요. 구조적인 문제가 큰 게 교육기간이 두 달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사실 자기 실수로 환자가 죽거나 잘못될까 봐, 그래서 내가 소송에 걸리거나 감옥에 갈까 봐 그런 극단적인 공포를 계속 느끼는데.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신규 간호사를 놔두고는 실수했을 때 ‘너 때문에 환자 죽을 뻔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미쳤냐, 제정신이냐, 머리가 없냐, 너는 머리가 나쁘냐. 너는 그냥 저기 가서 서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마’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물리적으로 어디를 때리고, 얼차려를 시키고 그런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 스트레스를 주는 것?
◆ 최원영> 그렇죠. 그리고 교육을 주는 사람도 자기 환자를 다 온전히 보면서, 굉장히 버겁게 일을 하면서 곁다리로 신입들을 가르치는 거거든요.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짐이네요, 이 신입 간호사 가르치는 게.
◆ 최원영> 그러니까 간호사들이 신입 간호사가 오면 다들 ‘우리 이번에 신규가 몇 명이나 와서 힘들어 죽겠다.’ 라고 얘기해요. 그 신입 간호사가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1년 혹은 2년이 걸리는 그 시간 동안 보릿고개처럼 그렇게 힘들게 넘기는데 그 괴로움을 병원장한테 따지기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당장 네가 1명 몫을 못하니까 너 때문에 힘든 거라고. 저도 그런 얘기 되게 많이 들었어요. 내가 너랑 비슷한 월급 받는 사실이 너 볼 때마다 짜증난다고.
◇ 김현정> 월급 비슷한게 짜증난다.
◆ 최원영> 그냥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들고 짜증나는 상황이니까, 자기 환자도 버거운데 얘 뒤치닥거리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 간호사한테 짜증을 내고 그 간호사는 다 참을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선배 간호사한테 찍혀서 내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지 않거나 내가 어떤 실수를 할 것 같은 상황에 미리 그걸 막아주지 않으면 나는 정말로 환자를 죽게 할 수도 있거든요.
◇ 김현정> 사고가 날 수 있고. 최 간호사님이 신입 시절에 겪은 태움은 어떤 게 기억나세요?
◆ 최원영> 예를 들면 인수인계를 받는 걸 제일 공포스러워하는데 뒤로 오는 간호사가 저를 좀 찍어놓고 괴롭히는 선생님이 간혹 있어요. 정말 약간 재미로 괴롭히는 사람들 있어요. 일부러 얘 뒤 차례로 달라고 하거나.
◇ 김현정> 예를 들면 낮에 근무하는 사람이 저녁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해줘야죠.
◆ 최원영> 네, 그러면 인수인계를 받을 때 태울 수 있는 거예요. ‘이거 하기는 했어, 이거 왜 이렇게 했어, 환자도 제대로 안 보니?’ 이런 식으로. 마스크를 확 잡아벗기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지금 네가 자고 있는지 무슨 표정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하기도 하고.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마스크는 원래 써야 되는 거잖아요.
◆ 최원영> 그래서 마스크를 벗겨놓고는 마스크 안 쓰고 다니면 환자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그러냐고 마스크를 쓰라고 해요. 선배 간호사를 졸졸졸 따라다니면 좀 떨어지라고 왜 자꾸 따라오냐고 하고. 또 약간 우물쭈물 서 있으면 거기 서서 뭐하냐고 하고.
◇ 김현정> 아이고, 그냥 골탕먹이는 게 목적인 거네요. 이렇게 해도 문제, 저렇게 해도 문제라고 그러고.
◆ 최원영> 그리고 그냥 이렇게 때리는 경우도 좀. 얘기하다가 발로 앉아 있던 의자를 확 차거나 아니면 차트 같은 걸로 머리를 찍거나 볼펜으로 찌르거나. 그러니까 어떤 말이나 그런 행동을 되게 좀 폭력적으로 할 때가 있어요. 비아냥거리듯이 말하거나 너는 머리가 없냐. 그냥 벽 보고 서 있어라, 이런다거나. ‘너 내가 우습니? 내가 만만하니?’ 라는 말도.
또 인사를 두 번 했다는 이유로 혼나기도 해요. 그러니까 탈의실에서 마주칠 때 인사를 하고 또 한 번씩 한 바퀴 쭉 돌면서 인사를 할 때 그때 인사를 또 했다고 아까 봤는데 왜 또 인사하냐고.
◇ 김현정> 인사 두 번한 것도 문제입니까? 인사 안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 최원영> 왜냐하면 아까 인사를 한 번 했는데 또 하는 걸 자기가 기억 못할 거라고 생각하냐, 나를 바보 취급하냐. 그게 사실 진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냥 괴롭히는 거죠, 그냥. 얘가 안절부절하고 이런 걸 보면서.
◇ 김현정> 사실 생명을 다루는 곳인 만큼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고 엄격한 체계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 엄격함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 듣는 이 이야기들, 사례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잖아요.
◆ 최원영> 그렇죠. 간호사들이 태움을 당한다고 표현하는 거는 자기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일적인 문제만 지적받았을 때만 태움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태움은 오히려 정말로 괴롭힘.
◇ 김현정> 직장 내 괴롭힘이네요, 그냥.
◆ 최원영> 그냥 괴롭힘이라서 오히려 환자에게 안 좋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혼나는 게 무서워서 신규 간호사들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얘기를 안 하고 혼자 어떻게 그냥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일을 더 키운다든가. 그래서 더 안 좋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직장 내 괴롭힘의 병원판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 그래서 신입 간호사 하나가 죽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게 태움 때문이다, 혹은 그날의 사고 때문이다라고 얘기는 안 하고 있습니다마는 지금 가족들이나 주변의 지인들은 태움이 그 바탕에 깔려 있을 거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습니다. 그러면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장은 좀 달라졌습니까?
◆ 최원영> 일단 현장에서는 오히려 그 간호사가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더라, 이런 식의 소문이 계속 돌고 있고.
◇ 김현정>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 최원영> 예민하고 일을 진짜 못했다더라. 그런 식의 얘기가 돌고 있고 해당 병원 같은 경우는 제가 일하는 병원보다 담당 환자 수가 1.5배 정도 많더라고요, 같은 중환자실인데. 그런 업무 부담 같은 게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 이런 태움은 개인이 마음을 다스려서 혹은 성격을 개조해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지금 간호사들이 태움 근절 배지도 달고 다니고 이런 운동들을 한다던데 그것만으로는 개선이 안 될 거라고 보세요?
◆ 최원영> 그건 절대. 정말 부차적인 거죠. 예를 들면 배고프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밥을 안 주고 계속 배고픔 근절 배지를 단다든지 배고픔을 없애주는 명상, 심리 프로그램을 한다든가 이러면 해결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간호사 선배들이 똑바로 인성 갖추고 가르칩시다. 이렇게만 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최원영> 왜냐하면 그 선배도 사실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자기가 해야 할 일, 버거운 상황에서 자기가 원래 맡고 있던 환자 수나 이런 걸 전혀 줄여주지 않으면서 신입을 가르치라고 하니까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이 사람한테 언제 설명을 해 주고 시범을 보여주고, 느리지만 ‘네가 직접 해 보렴, 내가 지켜봐줄게’ 이럴 수 없잖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찍히기 시작하면 그게 일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이런 말씀해 주신 거예요. 저는 사실 한 달 전에 굉장히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현장이 많이 변했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거. 다시 한 번 오늘 점검을 하면서 한 얼마쯤 후에 다시 얘기 나누면 될까요. 한 반년? 다섯 달, 여섯 달 후에 다시 한 번 연결하도록 하죠. 오늘 고맙습니다.
◆ 최원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간호사연대 최원영 간호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