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은 16일 오전 11시(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 달러)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와 격돌한다.
두 달 만의 재대결이다. 정현은 지난 1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4강전에서 페더러와 한번 맞붙은 바 있다. 당시 정현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100% 실력을 보이지 못한 까닭이다.
호주오픈에서 정현은 전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는 등 한국 선수 최초의 메이저 4강 신화를 썼지만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해야 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정현은 1세트를 1-6으로 뺏기고 2세트도 2-5로 뒤진 가운데 물집이 잡힌 발바닥에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빠르게 부상에서 회복한 정현은 델레이비치오픈과 멕시코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모두 8강에 진출했다. 특히 3회전에서 세계 15위 토마스 베르디흐(체코)를 완파한 데 이어 16강전에서는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를 1시간18분여 만에 제압하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발바닥이 괴롭혔던 호주오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컨디션이다. 정현도 "페더러와는 한번 상대해봤다"면서 "잘 준비해서 후회없는 경기 펼치고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며 8강전을 벼르고 있다.
올 시즌 15전 전승 중인 페더러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페더러는 8강 상대 정현에 대해 "앞으로 얼마나 좋은 선수가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나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밝혔다.
호주오픈 이후 빠른 회복에 놀라는 눈치다. 페더러는 "사실 정현이 발바닥 부상에서 빨리 회복해 다소 놀랐다"면서 "호주오픈 당시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였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페더러는 "일단 정현의 상태는 좋아 보이고 오늘도 훌륭한 경기를 했다"면서 "다시 정현과 상대하게 돼 기쁘다"고 황제의 여유를 보였다.
페더러는 역대 최다 메이저 우승(20회)과 ATP 투어 일반 대회 97회 우승의 업적을 쌓았다. 과연 정현이 100% 실력 발휘로 세계 테니스계를 발칵 뒤집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