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임명방식' 논의 활발…여야 개헌 '빅딜' 이뤄질까

한국당 내부선 "여, 총리선출제 양보하면 '4년 연임제' 수용 논의 가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통령발(發) 개헌 신호탄이 터지면서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야권은 '국회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뜻에 공감대를 이루고, 청와대발 개헌 초안을 토대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구도는 여전하지만, 총리 임명 방식을 둘러싼 '중재안'이 활발히 거론되는 등 전에 없던 타협의 여지도 엿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여야가 해당 중재안을 토대로 '개헌 빅딜'을 이뤄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을 성사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대통령 개헌안'의 초안에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의 결합안도 포함시켰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나오는 만큼, 현행 대통령제 유지에 방점을 찍은 4년 연임제에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 '총리 추천제'를 내걸어 사실상 중재안 격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총리추천제는 국회 다수 연합이 총리를 추천하면 최종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는 게 골자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는 현행 방식과 달리, 국회의 뜻을 더 많이 반영한 총리를 세우면 대통령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으로 국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제도로서 '분권'의 의미가 크다.

표면적으로 여야는 대통령발 개헌안을 두고 강 대 강 대치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의 발의는 국회 논의가 지연되는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6·13 지방선거 동시개헌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일단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조차 "개헌안은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맞다"며 논의 주체가 국회가 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해서도 한국당 등 범(凡) 보수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가 개헌 논의의 출발점인 만큼, 대통령 중심의 4년 연임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한국당은 여권에 맞서 오는 16일 '분권형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는 개헌의 기본 방향을 밝힌 뒤 이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당론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대치 구도 속에서도 대통령 개헌안 초안에 포함된 '대통령 4년 연임제·총리 추천제' 결합안은 중재안으로서 비중있게 다뤄지는 분위기다. 여당도 '총리 추천제'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는 기류다. 범(凡)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의 심상정 전 대표도 15일 여야의 주장을 버무린 개헌 논의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중요 내용은 ▲총리추천제·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대통령안 발의 대신 국회에 제안 ▲국회 개헌안의 로드맵 도출을 위한 5당 협상회의 개최다.

바른미래당도 지난 6일 연찬회를 열고 헌법개정안을 논의 후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 또는 재적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국회 개혁을 전제로 '국회의 국무총리 선출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가진 '총리 추천제'가 아닌 '총리 선출제'가 관철될 경우, 여권의 주장대로 '4년 연임제'를 따를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총리선출제는 국회가 직접 총리를 뽑는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가진 총리 추천제와는 다르다. 국회의 권한이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당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소속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총리 선출권을 국회로 넘겨주면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수용하는 논의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했다. '6월 동시개헌은 불가'하다는 당의 입장과는 달리 "개헌시기도 여당에서 (개헌 내용을)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물 밑에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느냐, 선출하느냐가 중요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개헌 빅딜'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현재의 강 대 강 대치는 양측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구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거대 양당에 유리했던 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야권 개헌연대'를 만들어 여당을 압박할 전략도 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협상 여지를 두고 아직 개헌의 성사 가능성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편, 개헌투표일을 패키지로 일괄처리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패키지딜'의 대상으로 거론된 어느 사안 하나 여야가 쉽게 합의를 도출하긴 어려워 극적 타결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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