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로만 따지만 신한은행이 다소 앞설 수 있었다. 정규리그 2위 국민은행에 10경기 나 뒤진 3위로 압도적인 열세가 예상됐지만 의외의 1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2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노렸지만 예상치 못한 한방을 맞은 셈이었다.
경기 전 안덕수 국민은행 감독은 "2차전에서 김단비에게 돌파를 너무 많이 내주면서 파생되는 2 대 2 플레이도 막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2차전에서 김단비는 양 팀 최다 23점, 8도움에 팀 최다 8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은 "모두가 열세를 예상했지만 그래도 1승을 했다"면서 "마지막이기 때문에 총력전을 치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운명의 3차전 초반은 두 팀 감독의 예상대로 흘렀다. 신한은행이 2차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국민은행을 밀어붙였다.
국민은행의 위기였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가드 심성영이 완벽한 속공 기회에서 패스 미스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초반 1-9까지 벌어지면서 국민은행으로서는 그야말로 공수에서 숨이 턱 막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국민은행 벤치가 결단을 내렸다. 흔들리는 심성영을 빼고 김진영(22·176cm)을 투입한 것. 흐름을 바꾸기 위한 가드 교체였다.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 김진영은 3-11로 뒤진 4분43초께 멋진 드라이브인을 성공시켰다. 박지수의 2번째 파울과 상대 케이티 쏜튼의 자유투로 밀렸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에도 활발한 움직임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답답하던 국민은행의 숨통을 틔웠다.
여기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이후 국민은행은 제 모습을 찾았다. 김보미의 가로채기와 3점슛, 다미리스 단타스의 연속 득점으로 쿼터 종료 3분45초 전 12-11로 역전한 것. 주장 강아정의 연속 3점포까지 터지면서 국민은행은 18-15로 오히려 앞선 채 1쿼터를 마쳤다.
무엇보다 김진영은 상대 에이스 김단비를 수비했다. 1쿼터 강아정이 체력적으로 힘겨운 모습을 보이자 김진영은 김단비의 전담 수비를 맡아 효과적으로 수비했다. 김진영이 수비한 뒤 김단비는 전반 자유투 2개로 2점을 추가한 게 전부였다. 여기서 어쩌면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반 더욱 기세가 오른 국민은행은 1쿼터 위기를 딛고 70-52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3시즌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오는 17일부터 통합 6연패를 노리는 1위 아산 우리은행과 5전3승제 챔프전에서 격돌한다.
이날 22분여를 뛴 김진영의 기록은 6점 2리바운드에 굿 디펜스 2개. 13점에 양 팀 최다 15리바운드, 3가로채기 2블록슛을 올린 박지수나 양 팀 최다 19점을 넣은 단타스(11리바운드)에 비해 두드러지진 않았다. 그러나 기록에 나타나지 않은 공헌도는 그야말로 천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