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남겨둔 검찰 VS 모르쇠 MB…다음주 초 영장칠 듯

검찰, 이 전 대통령 부인에도 "예상된 범위 내였다" 자신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피의자 조사 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검찰이 다음주 초를 넘기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일관되게 모르쇠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와 진술이 충분하다며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조사를 받는 내내 이 전 대통령은 혐의 전반에 대해 "알지 못한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심지어 측근의 진술은 의도된 '허위 진술'이고 물적 증거는 '조작된 서류'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전면 부인 태도가 예상 범위 안에 있었다며 되레 여유로운 모습이다. 검찰은 전날에도 이 전 대통령이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조사 진행이 "원활하다"고 설명했었다.


이 같은 자신감은 100억대 뇌물수수 혐의 등을 뒷받침할 진술과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여러 갈래 혐의 중 '기초'라고 볼 수 있는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관련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다스는 MB 것'이란 게 나오고 나서 사실 게임은 끝났다"고 했다.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으로부터 다스 소유와 소송 대납 여부를 뒷받침할 진술은 물론,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에서 작성해 다스 측으로 보낸 서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검찰은 '남겨둔 카드'를 아직 꺼내지 않았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혐의 내용에 간여하기엔 매우 바빴다는 취지로 재임 시절 일정표를 제출했다면서 "우리가 가진 범죄혐의의 내용을 이 전 대통령 측이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알리바이 차원의 자료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직 분석이 안 끝났고 지금 단계에서 보고 있는 혐의와 사실관계 보완점이 있는지 보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구속 수사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다는 점은 '원칙'을 주장하는 수사팀 입장에서 구속영장 청구의 근거가 된다.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전광석화처럼 진행한다(검찰 핵심 관계자)"는 방침에 따라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한동훈 3차장검사 등 수사팀의 의견을 정리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결론이 난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될 경우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법무부를 통해 불구속기소를 지휘하는 것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막는 '유일한' 변수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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