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한복판에 '대마초 찌꺼기' 무슨 일?

경찰, 용의자 추적중…주민들 "외국인이 2년째 몰래 버려"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 설치된 CCTV 영상. 오토바이 운전자가 검은 비닐봉투를 담벼락에 투척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사진=CCTV 영상 캡처)
"예? 대마라고? 대만인이 아니라?"

지난 7일 오후 10시쯤 신고를 접수한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순찰요원들은 짐짓 긴장한 표정으로 황급히 현장을 찾았다.

이태원동 주택가 골목길 한쪽 전봇대 앞에는 높이 30cm쯤 되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단단히 묶인 채 놓여 있었다. 이날 오전 주택가 담벼락에서 1m 간격으로 차례로 발견됐던 비닐봉지 4개와 같은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검은색 비닐봉지. 당초 1m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으나 주민들이 한쪽으로 모아놓았다. (사진=주민 제공)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봉지를 열어보니 짓이겨진 초록색 식물 이파리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잎사귀나 뿌리 조각이 일부 남아 있는 페트병과, 식물을 빻아 말린 가루가 담긴 비닐팩도 발견됐다.

봉지 안에 널려 있던 짓이겨진 초록색 식물 이파리(사진=주민 제공)
여기에 흙에 거름을 섞은 배양토와 고양이똥으로 추정되는 오물도 봉지에 함께 담겨 있었다. 배양토는 식물을 빠르게 생장할 수 있게 하고, 고양이똥은 냄새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식물을 빻아 말린 가루가 담긴 비닐팩(사진=주민 제공)
경찰은 이 봉투 안에 들어있던 모두 5~10g의 물질이 대마초를 재배하고 남은 찌꺼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주변 CCTV 영상에는 이날 오전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검은 봉투를 투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얼굴은 헬멧으로 가려져 있었고 오토바이에는 번호판이 달려있지 않았다.

(사진=이형탁 수습기자)
주민들은 "2년 전부터 어떤 외국인이 자꾸 저렇게 검은 봉투를 몰래 버려왔었다"며 "경찰이 다녀간 뒤에도 보란듯이 또 버리고 갔다"고 성토했다.

경찰은 해당 물질들에 대한 정밀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한편, 전문 마약수사팀을 투입해 CCTV 등의 단서를 토대로 쓰레기를 버린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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