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외교 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이견을 보이며 충돌한 정황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틸러슨 장관의 행보가 우리 정부의 반발을 사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공개 면박을 준 적도 있었다고 뉴욕타임즈(NYT)가 이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틸러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당시, 그는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과 두세개의 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북한과의 비밀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
그러자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리틀 로켓맨(김정은)과의 협상 시도는 시간낭비라고 틸러슨 장관에 얘기했다”며 “렉스, 당신의 에너지를 아끼라”고 국무장관에게 공개 면박을 줬다.
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면박을 준 이유는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비밀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을 놀라게 했고,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 항의 전화를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틸러슨이 한국의 반응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그가 행한 몇 차례의 난처한 실수 중의 하나로, 이는 그의 경험 부족과 국무부의 외교관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이밖에도 파리기후협정 탈퇴 문제, 이란 핵협정 파기 문제 등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서로 이견을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이란 핵협정에 대한 이견이 있었음을 털어놓으면서 “이란 핵협정을 예로 들면, 나는 그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했지만 틸러슨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급기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 정책을 놓고 갈등 끝에 대통령을 멍청이(Moron)로 부르기도 했다는 보도까지 터져나오면서, 틸러슨 장관의 사임 또는 경질설이 본격 대두됐다.
위태위태했던 트럼프-틸러슨의 관계는 결국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깨졌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틸러슨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는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행사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협화음이 없는 새로운 팀을 꾸릴 필요를 느꼈고, 자신과 가장 생각이 잘 맞는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을 신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공식 임기는 이달 말까지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날 자정을 끝으로 모든 권한을 존 설리반 국무부 부장관에게 넘기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자신의 사퇴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저 ‘미국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