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 22분쯤 짙은 남색 양복에 파란 넥타이를 맨 이 전 대통령이 청사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미리 도착해 있던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문을 열어줬고, 표정 없이 굳어있는 이 전 대통령이 천천히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준비한 A4 종이를 꺼내들었다. 다소 위축된 듯 평소보다 목소리는 작았고 종이를 계속 만지작 거리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는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한 때에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한 차례 숙였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어 "또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입장발표에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비난했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포토라인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면서 비슷한 취지를 이어갔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에둘러 한 측면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 드린다"며 짧막한 대국민메시지를 마무리지었다. 1분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후 취재진들이 100억대 뇌물혐의를 부인하는 거냐고 묻는 등 질문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인근은 이른 아침부터 출입이 통제되고 출입 비표를 받기 위한 취재진들이 길게 줄을 서는 등 분주했다. 현장 중계를 위한 방송사 차량들과 조금이라도 앞 쪽에서 현장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북적였지만, 이 전 대통령 측 지지자들은 찾을 수가 없었다. 되레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만 눈에 띄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환 때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입장발표문 전문 |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합니다.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끼쳐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그간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께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이번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한번 국민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