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을 지낸 전여옥 작가가 정치권으로 번진 '미투운동'과 관련해 13일 밤 방송된 채널A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에서 전한 말이다.
전 작가는 "(정치권 성폭력 문제는) 특정 정당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권력의 문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힘센 여당이니까 먼저 터졌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결국에는 곪을 대로 곪았기 때문에 터졌다. 순서만 민주당이 먼저지, 제가 보기에는 다 돌아다닐 수도 있다."
그는 "이것은 진영의 논리도 아니고, 여야 문제도 아니"라며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 권력에 꼼짝 못할 수밖에 없는 체계 속에서 약자를 유린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안형환 전 한나라당 의원도 "지금 여의도에는 '나 떨고 있니' 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라며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정보지에서 거론되고 있는 유명인사도 있다더라"라고 말했다.
"당장 보좌관에 대해 여비서가 (성폭력 고발) 글을 올려서 이미 면직이 된 경우도 있었다. 8, 9급에는 젊은 여비서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정보지에는 과거 어떤 의원이 자기 여비서를 어떻게 했다더라라는 것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날 방송에서 패널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간 청와대 오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안희정 사건이 탁 터지니까 제일 첫 번째는 임종석이가 기획했다고 소문이 이미 쫙 퍼졌다"고 말한 것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별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이런 말하는 것은 아이들 쓰는 말로 치면 진짜 '노답'이다. 대책이 없다"며 "수시로 한계를 깨고 발언을 하니까… 이건 할 말이 아니잖나. 인격살해"라고 질타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서만 상당히 언짢은 일이 아니라 피해자를 생각해야 되잖나"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피해자에게 또 한 번 가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 피해자가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폭로를 했는데, 이걸 두고 '청와대에서 이른바 비문계를 쳐내려는 음모에 의해 만들어진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말이 되냐는 거다. 그게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 "거대한 '미투' 물결, 우리 사회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관련해 이철희 의원은 "당은 이 보도가 나간지 1시간 만에 제명을 결정했다"며 말을 이었다.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안 좋은 일이 터지면 조금 미적댔다.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대면서,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 이번만큼은 단호하게 대응했던 것은 사안 자체가 워낙 심각하기도 했지만 당이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것이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덜 받게끔 조치들을 하고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책임지고 입법에 나선다든지, 이런 후속조치에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큰 태풍이 불고 있는 것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이 거대한 물결이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로, 아프긴 하지만 그러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중권 교수는 "이것(만연한 성폭력 문제)이야 말로 척결해야 할 제1의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전여옥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이 없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계까지도 신부부터 시작해서… 이번에 대전교구에서도 나왔다"며 "그러면 (성폭력은) 다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놀라운 것은 초·중·고등학교에도 다 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미술실로 와라' '음악실로 와라' '과학실로 와라' 하고, 그 다음에 대학 가면 또 교수에게 당한다. 취직하면 또 당하고"라며 "이게 평생 동안 계속 (성폭력을) 당하는 시스템이 다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