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왕따는 이승훈-김보름" 진실은 무엇인가

13일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 26일 문체부 빙상연맹 감사

지난해 삿포로아시안게임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이승훈이 금메달을 따낸 뒤 동메달을 수확한 김민석과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대한체육회)
"진짜 왕따는 이승훈과 김보름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으로 촉발돼 또 다시 빙상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고질로 여겨진 빙상계 파벌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인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주최로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승규 체육정책과장, 대한빙상경기연맹 윤의중 경기이사, 성남시빙상연맹 권금중 부회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평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나온 '왕따 주행' 논란과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폭행 사건 등 빙상계 혁신을 위한 방안 모색이 목적이었다.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지난달 올림픽 준준결승에서 노선영(콜핑팀)이 함께 뛴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체대)보다 훨씬 뒤처져 들어오면서 '왕따 주행' 논란을 낳았다. 쇼트트랙 여자팀 주장 심석희(한체대)는 대회 직전 코치에게 손찌검을 당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그 취지가 무색했다. 혁신 방안보다는 그동안 나온 논란을 확인하고 주장과 불만을 듣는 데 대부분 시간이 흘렀고, 대안도 뻔했다. 발제문부터 문제의 핵심을 깊이있게 짚어주기보다 그동안 보도된 기사들을 짜깁기한 수준에 그쳤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지만'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균형잡힌 시각이 아닌 자극적인 기사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토론 역시 패널들의 발언 시간이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생산적인 논의가 나오기 어려웠다. 이날 주최자로 나선 국회의원들의 의례적인 인삿말만 30분 가까이 소요됐다. 이후 대다수 의원들은 인삿말 이후 황급히 자리를 떴다. 패널로 참여한 한 기자는 정작 본인의 의견 발표보다 청문회 때의 국회의원처럼 다른 패널을 몰아붙이는 데 주력했다.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밝히는 모습.(사진=노컷뉴스)
이날은 빙상 선수들의 부모도 방청객으로 참여했는데 일부가 의견을 냈다. 특히 대표팀에서 일어난 차별로 피해를 봤다는 선수들의 어머니, 이른바 '스케이트 맘'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했던 주형준 어머니 조문자 씨는 아들의 피해를 호소했다. 조 씨는 "주형준이 지난해 삿포로아시안게임 매스스타트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거절했는데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빙상계 대통령이라는 전명규 연맹 부회장의 눈밖에 나서 현재 운동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주형준은 한체대 소속이던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이승훈, 김철민 등과 함께 출전해 팀 추월 은메달을 따냈다. 이때 병역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이어 평창올림픽에도 나서 1500m에 출전한 바 있다.

아들이 이승훈(대한항공)의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조 씨는 "이승훈과 김보름 등 일부 선수들이 전 부회장의 지도 하에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때문에 대표팀에서는 사실 이들이 왕따"라고 폭로했다.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왕따 주행'에서 대체로 노선영이 소외를 받은 피해자로 인식되는 상황과 반대되는 주장이다.

'누가 왕따인가'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이 2월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빙속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자료사진=이한형 기자)
2010 밴쿠버올림픽 남자 팀추월에 나선 하홍선 어머니 임영순 씨도 "당시 3명을 뽑는 대표 선발전에서 아들이 3위를 했는데 4위 선수가 추천 선수로 합류했다"면서 "월드컵 시리즈에서 아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선수의 부상으로 아들이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했지만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버리는 경기라 결국 5위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스케이트 맘'들의 주장은 맞는 걸까. 빙상연맹은 이들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작전이었다'와 '처음 들었다'가 맞서는 노선영과 대표팀 코칭스태프처럼 진실 공방 양상이다.

일단 하홍선의 경우 월드컵 출전과 훈련에 대한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이다. 밴쿠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을 맡았던 김관규 용인대 교수는 1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토론회에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하홍선은 월드컵 시리즈 당시 기록이 좋지 않아 올림픽 출전권을 놓칠 수 있어 다른 선수가 나서 겨우 티켓을 따냈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시 나는 단거리팀을 맡았고 김용수 코치가 장거리팀을 담당했다"면서 "이승훈 외에 하홍선 등 다른 선수들은 팀추월이 주력이라 스타트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팀추월은 8바퀴를 도는데 7바퀴를 이승훈이 가장 힘든 선두에서 끌고 1바퀴를 이정우가 끌었다"면서 "하홍선은 체력 부담이 적은 뒤에서 달려 역할이 적었는데 기록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형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맹 관계자는 "삿포로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감독에게 페이스메이커 불이익 얘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스케이트 맘들이 '빙상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전명규 부회장에 대해서도 "연맹이 무슨 독재국가인가"라면서 "한 사람이 아니라 다수가 모인 이사회를 거쳐 일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빙상계 혁신 토론이 열렸지만 여전히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모양새. 연맹은 한시라도 빨리 문체부 특정감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현재 자체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권과 관련해서도 최대한 빨리 문체부 감사를 받아 사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체부 특정감사는 오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과연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빙상계에서 속 시원한 감사가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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