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을 이끈 주장 김선형(30·186cm)과 2살 연하 아내 석해지 부부다. 시즌 초반 뜻밖의 악재에 울었던 부부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찾아온 너무도 큰 기쁨에 다시 울었다.
김선형은 1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91-88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득점은 6개에 머물렀지만 양 팀 최다 10도움을 올렸다.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천금의 가로채기로 승리를 가져왔다. 김선형은 89-88로 불안하게 앞선 경기 종료 4초 전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의 공을 가로채 값진 공격권을 가져왔다. 이후 속공으로 뛰어들던 테리코 화이트에게 패스, 시원한 덩크를 어시스트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KCC 찰스 로드의 자유투 때 김민수가 림을 건드려 1점에 그칠 실점이 2점으로 변했고, SK의 패스 미스로 이어진 KCC 공격에서 로드의 2점으로 동점이 됐다. SK는 애런 헤인즈(34점)의 자유투 1개가 실패하면서 불안하게 앞선 89-88에서 KCC의 공격을 맞게 됐다.
남은 시간은 21.9초. SK는 팀 파울 상황에서 적극적인 수비를 할 수도 없었다. 이때 주장 김선형이 나섰다. KCC 에밋의 드리블 때 과감한 스틸로 공격권을 뺏은 뒤 천금의 도움으로 쐐기골까지 어시스트했다. 그대로 승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경기 후 김선형은 "너무 기뻤고, 올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던 순간도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도 깜짝 놀랐을 정도로 극적인 승리였다"면서 "정말 말로 표현 못 하겠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후 4개월여의 피나는 재활이 있었다. 김선형은 지난달 28일에야 복귀했다. 이미 정규리그 마지막 6라운드였다. SK는 김선형 없이도 상위권을 달리다 4위까지 추락한 상황이었다. 김선형에게 남은 정규리그는 고작 7경기였다. 복귀전 성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김선형은 15분여를 뛰며 5점에 머물렀고, 팀도 졌다.
하지만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김선형은 지난 2일 고양 오리온전에서 18점으로 3도움 3가로채기로 승리를 이끌었다. 4일 부산 kt전은 10점 9도움으로 108-105 대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4경기는 두 자릿수 득점은 없었다. 그러나 평균 5도움, 2.3가로채기 이상으로 팀의 6연승 행진에 힘을 실어줬다. "점수 등의 기록은 떨어져도 팀만 이기면 된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결국 김선형은 가장 중요한 경기, 절체절명의 순간 빛났다. 예전처럼 화려한 개인기로 득점 행진을 펼친 게 아니었다. 적재적소에 동료의 공격 기회를 돕고, 승부처에서 몸을 날리는 수비로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을 견인한 천금의 플레이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선형은 "승리가 확정된 순간 눈물이 났다"면서 "그동안 힘든 기억이 스쳐 지나가면서 참느라 혼났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가 없는 동안 순위 경쟁에서 버텨준 동료들이 고마워 끝나고 한번씩 다 안아줬다"고 덧붙였다.
그럴 만했다. 남편의 힘들었던 재활 과정과 마음고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석 씨는 "홈 경기마다 현장을 찾는데 부상을 당했던 날(2017년 10월17일)은 가장 먼 울산 원정이었다"면서 "부상 장면을 보고 '이제 농구는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해서 펑펑 울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수술 이후 재활에 들어갔어도 힘겨운 상황은 이어졌다. 석 씨는 "사실 오빠가 정말 긍정적인 성격이라 재활을 하면서도 '난 잘 될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항상 웃었다"면서 "그래서 팀에서도 '정말 수술한 선수 맞느냐'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고민이 많았다. 석 씨는 "그러면서도 오빠가 '예전처럼 뛸 수 없는 것 아닐까' '아예 농구를 못 하면 어쩌지' 걱정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다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부상은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 씨는 "오빠가 '팀에 복귀하면 무조건 4강 직행을 이끌 것'이라면서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는 팀 상황도 좋지 않고 4위로 떨어져 있어서 정말 그렇게 될까 싶었다"면서 "그런데 결국 자신의 말을 지켜냈고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선형-석해지 부부는 지난해 5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김선형은 결혼 두 달 전 경기장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팬들 앞에서 근사한 프러포즈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제 4강 PO 직행을 이룬 만큼 아내에게 줄 선물이 남아 있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으로 4강에 직행한 바 있는 김선형은 "경험과 구력이 쌓인 만큼 그때보다는 농구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연 김선형이 아내에게 결혼 1년 선물로 우승 반지를 손에 끼워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