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관서열 1위도 트위터로 해고

대통령 승계서열 4위 당사자도 몰랐다...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손발맞는 새 팀 꾸리기 차원, 해고통보 스타일 놓고는 논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진공동취재단) 황진환기자
미국의 국무장관은 대통령 계승순위 4순위로, 장관들 중에는 가장 서열이 높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총리 급에 해당하는 인물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윗 한 방으로 해고했다.

그러면서 정작 해고를 당하는 본인에게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전 8시 44분 자신의 트위터에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신임 국무부 장관이 될 것이다. 그는 환상적으로 일 할 것”이라는 폭탄 발표를 내놨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의 노고에 대해 감사한다. 지나 하스펠 CIA 부국장이 여성으로는 최초로 신임 CIA 국장이 될 것이다. 모두 축하한다”고 썼다.

◇ 당사자도 몰랐던 트위터 폭탄 발표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날까지도 틸러슨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질적인 양자(북-미) 간의 성공적인 협상 조건을 만들어낼 능력이 내게 있다고 자신한다"며 정상회담 준비 작업에 자신감을 내비친 터였다.

틸러슨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맞아 사전 작업에 돌입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해고 통지를 받을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이날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차관은 성명을 내고 “국가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틸러슨 장관은 잔류 의지가 확고했다”면서 “틸러슨 장관은 대통령과 (장관 교체와 관련해) 대화하지 않았으며, 경질 이유도 알지 못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 차관이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결정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내각에서 부통령 다음 순위인 국무장관을 트위터 메시지로 본인에게 설명도 없이 해고한 것에 대해 국무부 내에서도 당혹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을 올린 직후 백악관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틸러슨 장관의 경질과 폼페오 CIA 국장의 국무장관 내정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는 “폼페오를 신임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는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를 그의 반에서 수석 졸업했고, 육군에서도 탁월하게 복무했으며,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다. 또 하원으로 들어가 여야를 가로질러 입증된 기록을 남겼다”고 폼페오의 능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군과 의회, CIA 수장으로서 경험을 통해 폼페오는 새로운 역할을 맡기 위한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며 “나는 그가 지금 이 중요한 시점에 적임자라는 것을 자신한다”고 무한 신뢰를 나타냈다.

◇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마음맞는 인물로 새 팀 꾸리기

틸러슨 장관이 전격 경질된 이유는 대외 정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이견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틸러슨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눠왔다. 우리는 꽤 잘 지냈지만 몇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며 “이란 핵협정을 예로 들면, 나는 그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했지만 틸러슨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이 대외 정책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과 생각이 달랐다는 것. 그러면서 폼페오 국장에 대해서는 “나와 항상 생각이 같았고...우리는 사고 흐름이 매우 유사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승부수를 앞두고 행정부 내의 불협화음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제의 수락은) 전적으로 내 결정이었다. 그 자리에 틸러슨 장관은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 관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다양한 무역 협상에 앞서서 새로운 팀을 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국무장관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 서열 1위인 국무장관을 예고도 없이 트위터로 해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바로 전날 틸러슨 장관이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에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히면서, 이 발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경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연루설 때문이 아니냐는 것.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의 준비 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오는 16일로 예정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또 폼페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가 상원의 인준을 받기까지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주한 미대사는 물론 이제 회담 준비 작업을 총지휘해야 할 국무장관마저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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