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이 강조한 부분은 분위기였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분위기를 가져가는 쪽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었다.
KCC 추승균 감독은 "초반 기 싸움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SK 홈에서는 이상하게 우리가 상대 분위기에 휘말렸다"고 지난 경기들을 돌아봤다. KCC는 올 시즌 2패를 포함해 SK와 원정에서 9연패 중이다.
SK 문경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역대급 슈터 계보를 잇는 문 감독답게 "큰 경기에서는 외곽슛이 중요하다"면서 "연이어 2방만 들어가면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리코 화이트나 안영준이나 변기훈 등이 터졌으면 좋겠다"고 은근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두 팀 감독의 예상대로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엎치락뒷치락 하는 시소 게임이 이어졌다.
그러자 KCC는 3쿼터 해결사 이정현이 나섰다. 3점슛 1개 포함, 9점을 몰아치며 66-64 재역전의 선봉에 섰다. SK도 애런 헤인즈가 7점을 넣으면서 점수를 좁혔다.
뜨거운 승부는 마지막 4쿼터에 갈렸다. 역시 역전에 재역전이 거듭되던 종료 4분8초 전부터 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SK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신인 안영준에 이어 화이트의 3점포가 꽂히면서 SK가 81-76으로 앞서나갔다.
KCC도 전태풍의 3점포로 응사했지만 화이트가 이번에는 골밑을 공략했다. 종료 2분17초 전 날카로운 돌파에 이은 뱅크슛으로 파울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84-79, 5점 차 리드.
그러나 KCC의 저항도 끈질겼다. 전태풍의 2점과 찰스 로드의 자유투, 송창용의 가로채기에 이은 로드의 득점으로 종료 1분7초 전 86-86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헤인즈와 송교창이 점수를 주고받았다.
헤인즈의 자유투 1개로 SK가 89-88로 앞선 종료 21.9초 전. KCC의 마지막 공격자인 에밋의 공을 김선형이 가로채면서 승부가 끝났다. 김선형의 패스를 받은 화이트가 시원한 덩크로 91-88 승리를 자축했다.
결국 SK는 승부처에서 처진 다발 외곽포의 힘으로 2위를 확정했다. 특히 막판 6연승으로 4위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간 저력을 뽐냈다. 헤인즈가 양 팀 최다 34점을 올렸고, 화이트가 3점슛 3개 포함, 30점을 넣었다. 안영준도 3점슛 3개를 모두 꽂는 등 알토란 11점을 올렸다.
SK는 이날 KCC와 3점 대결에서 9-6으로 앞섰다. KCC는 아쉽게 4강 직행이 무산돼 6위 인천 전자랜드와 6강 PO를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