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예고한 21일 발의는 현행 규정상 헌법 개정안은 20일간 공고, 국회에서 논의기간(최장60일),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일 18일 전까지 국민투표일 공고 등의 절차를 고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는 대통령 약속이자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이며 국민 세금을 아끼는 길"이라며 "대통령으로써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해 나가겠다. 대통령의 개헌안을 조기에 확정해 국회와 협의하고, 국회의 개헌발의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야4당은 정부가 제시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의 내용과 발의 주체 등에 대해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향후 개헌안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여권에 호의적이라고 평가받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개헌의 주체는 국회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고, 바른미래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국회주도 원칙 깨지면 협상이 어렵다"라고 반발했다.
'범진보'로 묶인 평화당과 정의당도 부정적이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한국당의 반대로 안되는 것 뻔히 알면서 내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는 쪼개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예견된 야당의 반발에도 문 대통령이 정부의 개헌안 제출을 기정사실화 한 것은 지지부진한 국회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라고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4월 안에 국회안이 마련되면 정부안을 철회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며 국회에서 개헌안을 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국회의 개헌안을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관제 개헌'이라고 몰아세우고 있지만 국회 역시 청와대에 대한 비판만 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 개헌 논의 기구인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는 소위·전체회의를 진행했지만 공전만 거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당론을 내놓지 않으면서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정부의 개헌 발의 시간표가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국회 역시 개헌안 발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은 정부의 개헌안 발의 예고에 "대통령 발의와 무관하게, 한국당의 시간표대로 간다. 20일 전후로 당론을 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한국당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걸로 보고 있다. 국회가 개헌안을 만들지 않을 경우 대통령 발의안으로 표결을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협상 시간은 남아있다. 청와대도 국회안이 나오면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니까 늦어도 4월 23일 전까지만 국회에서 개헌안을 도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부안이 나오고 비슷한 시기 한국당의 당론이 결정되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개헌안이 생기기 때문에 협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무총리 선출 방식'이 여야 협상의 매개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대통력 직속 자문위는 국무총리의 선출 방안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방안을 1안으로,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안을 2안으로 하는 복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한 분산 측면에서 총리 추천권이나 선출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내용이 마지막 쟁점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서 절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회 논의는 사실상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국무총리 추천하는 것이 안되면, 대통령이 추천하되 국회 재적 3/5이상이 찬성해야 임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게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GM국정조사, 검찰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사수처 설치, 방송법 개정안 등의 사안이 개헌안 논의와 맞물려 패키지 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야당 핵심관계자는 "여러 현안과 연계돼 있어 개헌안만 가지고 논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리는 개헌안만 논의하려 했는데, 상대방에서 GM국정조사 등을 안건으로 갖고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