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우승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없었다. 오히려 꼴찌 후보였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DB 지휘봉을 잡고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어냈다. 디온테 버튼의 맹활약 속에 두경민을 에이스로 만들었고, 김태홍과 서민수 등 출전 기회가 없던 선수들을 성장시켜 DB의 주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경험이라는 약점을 늘 가지고 있었다. 대다수가 "4라운드가 지나면 돌풍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약점을 메운 것이 바로 베테랑 김주성과 윤호영이었다.
김주성은 올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결정했다. 우승, MVP 등 모든 것을 거머쥐었던 김주성이지만, 더 이상 주연은 아니었다.
윤호영은 지난 시즌 당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복귀 자체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찍 몸을 만들어 코트로 돌아왔다. 100% 몸 상태가 아니었던 탓에 역시 김주성처럼 조연 역할을 맡았다.
둘은 3~4쿼터 DB의 약점인 경험을 책임졌다.
이상범 감독은 11일 SK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경험이 없다. 오늘이나, 또 오늘 졌을 때 모레나 경험이 없어서 긴장을 많이 할 것"이라면서 "3쿼터까지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4쿼터에 김주성과 윤호영이 있으니까 승부가 가능하다.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즐기면서 3쿼터까지만 끌고 가면 4쿼터에 해볼 수 있다"고 김주성, 윤호영의 존재감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은 버팀목이었다.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아픈 몸을 이끌고 후배들을 뒤에서 밀었다.
이상범 감독은 "윤호영은 지금 쥐어짜내면서 하고 있다. 밸런스가 깨지면서 허리도 안 좋다. 그런데도 자기가 끌고 가고 있다"면서 "김주성도 무릎이 다 닳았다. 어떻게 더 끌고 가겠냐"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김주성과 윤호영이 팀을 잡아주면서 엄마, 아빠 노릇을 했다"면서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두 베테랑에게도 특별한 우승이었다.
김주성은 "선수들의 성장만 바랐는데 오히려 후배들이 이끌고 내가 성장한 것 같다. 축복 받은 시즌"이라면서 "식스맨의 비애를 느끼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내가 식스맨을 하면서 이해를 하게 됐고, 소통이 더 잘 됐다. 내가 더 많이 배웠고, 좋았던 시즌"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