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육상과 핸드사이클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도연(46)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이도연은 지난해 처음으로 장애인 노르딕스키에 도전했다. 이미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라 우려도 컸지만 타고난 운동 감각, 그리고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은 5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도연의 두 팔을 지치지 않게 했다.
10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좌식 6km에 출전한 이도연은 26분11초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전체 1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2위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도중 빠른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넘어지고 코스를 이탈하는 작은 사고도 있었지만 이도연은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힘차게 두 팔을 내저었다. 두 발의 사격 실수도 결국 극복했다.
흔히 말하는 메달권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지만 이도연은 또 한 번 해냈다는 성취감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눈밭에서의 질주를 무사히 마쳤다는 익숙한 느낌이었다.
2012년 육상에 도전한 이도연은 같은 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모든 기록은 신기록이었다. 그의 나이 마흔에 이룬 기적 같은 결과였다.
이도연은 멈추지 않았다. 2013년 핸드사이클에 도전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르고 이탈리아 장애인 도로월드컵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우승하는 등 국내외 대회에서 무려 7차례나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제26회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장애인 체육상도 받았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전은 계속됐다. 핸드사이클의 경험을 살려 장애인 노르딕스키에 도전했다. 종목의 특성은 유사했지만 추위와의 싸움이 극복해야 하는 과제였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생애 첫 동계패럴림픽에 도전장을 내민 이도연이었다.
결국 이도연은 자신의 첫 동계패럴림픽 도전을 완주로 마쳤다. “넘어지고 사격에서 실수한 것 말고는 만족스럽다. 있는 힘을 다 썼다. 이제는 내일 경기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50세를 향하는 나이에도 이도연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세 딸에게 장애를 가진 엄마지만 절대 약한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17일에는 온 가족이 모두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도연이다.
이도연은 “장애를 가진 부모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녀도 약해진다. 자녀는 부모를 보고 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서 “부족함이 많은 엄마지만 언제까지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엄마를 믿어줘”라고 다시 한번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