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화 점화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만큼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피겨 여왕’ 김연아가 모두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최종 점화자로 깜짝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처럼 평창 동계패럴림픽 역시 최종 점화과정이 철저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비밀이 새어나가며 성화 점화의 묘미를 떨어뜨린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9일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도 현역 선수가 대거 참여하는 것 외에 모든 것이 비밀이었다. 그리고 개회식에서 공개된 성화 점화는 결국 선수들의 손에 의해 완성됐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김은정이 깜짝 등장해 공동 최종점화자로 나서며 많은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성화 점화의 시작은 남과 북이 함께였다. 전국 2018km를 달려 평창에 도착한 성화는 한국 선수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최보규와 북한 장애인 노르딕스키 대표 마유철의 손에 들려 올림픽 스타디움에 등장했다.
중앙 무대를 가로지른 성화는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서보라미와 캐스퍼 위즈 감독, 6가지 희귀병을 앓는 아들과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한 박지훈, 박은총 부자,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양재림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의 손에 차례로 전달됐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가 올랐던 슬로프를 따라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주장 한민수가 기다리는 중간까지 걸어 올라갔다. 한민수는 등에 맨 가방에 성화봉을 장착하고 로프에 의지해 나머지 슬로프를 올라 큰 박수를 받았다.
가쁜 숨을 내쉬는 한민수가 성화를 전달한 최종주자는 이번 대회 휠체어컬링에서 메달에 도전하는 서순석, 그리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김은정이었다. 둘은 함께 성화대에 불을 붙이며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힘찬 출발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