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정보다 하루 일찍 진행된 트럼프 면담
정 실장과 서 원장의 첫 일정은 우선 각각의 미국 카운터파트들과의 1:1, 그리고 2+2 회동이었다. 정 실장은 현지시간 8일 오후 2시 30분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대 1로 만났고 서 원장은 지나 하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1대 1로 만났다.
30분간 진행된 이후 이 만남은 2+2 회동으로 전환됐다. 오후 3시부터 3시 30분까지는 이 4명이 백악관 내 회의실에서 대화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백악관 회의실에서 정 실장과 서 원장의 일종의 브리핑이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정 실장과 서 원장, 조윤재 주미대사가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3대 20여명의 브리핑 형식으로, 정 실장 등은 이들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일정은 당초 오후 4시 30분까지 1시간으로 예정돼있었다. 그러나 일정이 진행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측 대표단을 빨리 만나고 싶어한다는 의사가 전달됐다. 일정 상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하루 뒤인 금요일(현지시간)에 예정돼있었다.
이에 따라 일정은 당초 예정보다 15분 일찍 종료돼 4시 15분에 끝났다. 4시 15분부터는 정 실장, 서 원장, 조윤재 주미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약 45분간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는 펜스 미국 부통령,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 맥매스터 보좌관,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하스펠 CIA 부국장 등 십여명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와의 45분…트럼프 "거 봐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 실장은 우선 "여기까지 온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한국의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목사 5000여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저를 여기에 보낸 것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드리고 앞으로도 한미간 완벽한 공조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도 전했다.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1박 2일간 북한을 방문했던 정 실장은 "김정은을 만나보니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김정은에 대한 우리(한국)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letter)'를 전달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대신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정 실장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해듣고 만남에 바로 수긍했다. 그는 주위 참모들에게 "거 봐라, 얘기를 하는 게 잘 하는 것"이라고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 실장은 미국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만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직접 오늘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이곳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 사실을 전하며 "이 제안은 워낙 갑작스러워서 정 실장도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드릴 경황이 없었다. 일단 수락을 하고 맥매스터의 방에서 합의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미국 NSC 관계자들과 약 2시간 동안 발표할 문안을 조율하고 합의했다. 그 후 청와대에 연결된 백악관 전화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이후 정 실장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백악관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설명하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사실과 트럼프 대통령이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사실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