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한 당일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귀국 하룻만에 떠난 방미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도착한 날 만나는 등 북미 정상간 파격 행보도 눈에 띈다.
그만큼 북핵 문제를 둘러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고, 이를 해결할 당사국간 의지도 어드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을 워싱턴 도착 다음날인 9일(현지시간) 만날 예정이었다.
8일 오후 2시30분부터 백악관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30분간 각각 면담한 두 사람은 이후 오후 3시부터 2대2 회담을 진행했다.
또 오후 3시30분부터는 4시30분까지 60분간 예정됐던 미 주요 각료들과의 브리핑에 참석했다.
해당 브리핑에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 시걸 맨델커 재무부 차관 등 20여 명의 주요 각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한창 브리핑이 진행되던 4시쯤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실장 일행을 지금 바로 만나겠다"는 전갈이 회의실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 실장과 서 원장, 그리고 조윤제 주미대사는 오후 4시15분부터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벌인 백악관 내 오벌 오피스로 자리를 옮겨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정 실장은 "여기까지 온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며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압박과 제재 정책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
이 자리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전했다.
정 실장의 언급에 트럼프 대통령은 수긍을 하면서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그 자리에서 밝혔다.
5월 안에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뜻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의 북미대화 의지 표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 의사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등 파격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과의 면담에 참석한 백악관 참모들을 둘러보면서 "그것 봐라, 얘기를 하는 게 잘하는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당초 알려진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아닌 당장 4월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도 정 실장에게 밝혔다.
하지만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회동이 이뤄지는 게 좋겠다는 정 실장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직접 오늘 논의한 내용을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 달라"고 정 실장에게 요청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맥매스터 보좌관 방에서 미 NSC 참모들과 함께 백악관 합의 문안을 작성하고 최종 발표 전 백악관과 청와대 사이에 설치된 시큐리티 채널(security line)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