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를 평가하지 말라" 여성의날 '미투 응원' 잇따라

8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여성의날 기념 행사(사진=류연정 기자)
"저는 8살 이전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8일 오후 5시, 북적이는 사람들로 소란했던 동성로 거리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지역 여성단체가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개최한 대구여성대회에서 한 여성이 힘겹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순간이었다.

A 씨는 사람이 많은 대낮에, 공공장소인 길거리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누구도 제지해주지 않았다. 모르는 척, 못 본척하는 사람들의 눈이 가해자만큼이나 공포스러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니가 조심했어야지' 하는 핀잔에 가해자에게 향해야 할 분노가 저를 향했고 스스로를 갉아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힘들게 용기를 냈다. 왜 가해자에게 향해야 할 화살이 피해자에게 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해자들 당신이 나쁜 거다.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대상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고 강조했다.

A 씨가 중간중간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객석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응원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는 최근 잇따르는 미투(#Me_Too) 운동에 대해서는 "일상이 무너질 각오를 하고 당당하게 미투에 동참하는 이들을 평가하고 재단하지 말아달라. 아픔의 무게를 재지 말라"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참여자들은 "우리 함께 위드유(#With_You) 하자. 맞잡은 손을 놓지 말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줄여나가는 것뿐 아니라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자는 목소리도 컸다.

고용 평등과 공평한 육아 분담에 대한 요구가 줄을 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송모(23) 씨는 "학교를 다니며 '취집(시집이 곧 취업이다)'이나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취업설명회에서도 '여자는 안 뽑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성차별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송 씨는 "이런 행사가 성평등 필요성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면 '왜 저러냐'며 이상하게 보지 않는, 당연한 주장과 권리로 인식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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