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태로 인해 이날 여야 인사들의 축사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보이기도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성'을 강조하면서 발언 도중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안 전 지사 사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성찰'을 강조하는 등 몸을 낮추는 기색을 보인 반면,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부로서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이 자리에서 "환하게 웃으며 축하의 마음을 나눠야 하는데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안 전 지사 사태는)권력을 남용한 정도가 아니라 타락한 것"이라며 "미투 운동과 위드유(#With You) 운동으로 대한민국의 변화시키는 데 책임지고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추 대표는 "미투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게 포스트 미투를 준비하겠다"며 "민주당은 미투운동을 함께 지원하면서 3대원칙 세우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인식의 전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안 전 지사 사태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민주당과 미투열풍 속에서 추가 폭로 가능성을 염려한 한국당의 입장이 이날 축사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미투 관련 논란에서 자유로운 바른미래당의 유 공동대표는 여성 보호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양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유 공동대표는 "피해 여성들을 생각하면 미투나 위드유 운동, 그 말 자체가 한가하다고 생각한다"며 "(피해 여성들의)고통과 용기를 담아내지는 못한다"고 양당을 겨냥했다.
또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가해자를 처벌하고 끝까지 책임을 물으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당은 일명 '이윤택 방지법'을 계속 내왔고, 어느 당보다 깨끗해질 수 있는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괴테가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여성적인 것'이라고 한 것처럼 여성은 위대하다"며 "노동현장에서 성희롱, 성추행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없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정현백 여성부가족부 장관과 여성단체회원, 여성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