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첫날 김정은 만찬 통보에 "잘 풀리겠구나"

김정은, 직접 일어나 테이블 돌아나와 文 친서 받아 "배려심 느꼈다"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5일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은 당초 방북 첫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특사단은 전용기편으로 순안공항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 뒤 고방산 초대소로 이동할 때까지 김 위원장과의 접견이 방북 다음날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남과 북은 복원된 채널을 통해 특사단 방북까지 협의했고 방북 첫날 만찬과 다음날 조찬, 오찬까지의 일정에 합의했지만, 정작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대상인 김 위원장과의 접견은 조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 맞춰 지난달 각각 방한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우리 측이 문 대통령과의 오찬과 접견 일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했다.

특히 북한이 과거 대북 특사가 올라갔을 때 민감한 내용에 대한 실무 협의가 끝난 뒤에야 최고 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대북 특사단은 평양을 떠나기 직전에 김 위원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순안공항에서 평양으로 이동해 고방산 초대소에 짐을 풀자마자 김영철 통전부장이 찾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김 통전부장은 정 실장에게 "오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고 알려줬다.

이에 정 실장 등 특사단은 "아, 일이 잘 풀리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이 제공한 리무진 차량을 타고 고방산 초대소에서 북한 노동당 본부로 이동한 특사단 일행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김정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와 자신들을 맞는 것을 보고 또한번 놀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시 특사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물 앞에서 차량에서 내려 건물 어디쯤인가로 찾아들어간 뒤 김 위원장을 만난다고 생각했는데 김 위원장이 바로 문 앞에서 특사단을 맞이해 놀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첫 접견에서도 상당한 배려를 보였다.

정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옆으로 돌아나와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건네주려 하자, 김 위원장도 직접 일어서서 함께 테이블을 돌아 정 실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

특사단은 귀국한 뒤 "배려심을 느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접견장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국내 언론과 외신의 평가 등에 대해서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을 빗댄 이미지에 대해서도 무겁지 않은 농담을 먼저 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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