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7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남북회담 합의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1938년 9월 히틀러의 위장평화 공세에 속은 체임벌린의 뮌헨회담을 연상케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을 뮌헨회담에 빗댔다.
2차 대전 직전인 지난 1938년 체임벌린 수상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의 야욕을 인지하지 못하고 유화정책으로 일관해 후일 전쟁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체임벌린 유화정책'을 그대로 적용해 정부의 대북정책을 공격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될 경우, 우리 정부가 이를 용인하지 않고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홍 대표 주장의 적절성을 따질 척도가 되는 셈이다.
막연히 전쟁을 피하기 위한 유화정책과 북한의 태도에 따라 '협상'과 '제재'를 동시에 운용하는 '상호주의' 전략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17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도발을 강력 대응하며 북한을 규탄한 바 있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가 확정되면서 남북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자, 홍 대표는 지난 1월 30일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체임벌린 유화정책'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비교하며 우려를 표했다.
홍 대표는 SNS에서 "전시내각을 이끌면서 히틀러의 위장평화 공세에 속아 평화협상을 주장하는 체임벌린과 외상 할리팩스에 맞서 영국을 지키는 처칠의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 상을 보았다"며 "북의 위장 평화 공세에 넘어가 나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대통령이 꼭 보아야 할 영화"라고 영화 '다키스트 아워' 감상평을 남겼다.
이후 남북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는 동안 홍 대표는 약 5차례에 걸쳐 '유화정책'을 꺼내들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제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시도하는 동안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추진하며 '위장평화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홍 대표의 주장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체임벌린 유화정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향후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이어지더라도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는 '상호주의' 기조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유화정책'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의원은 "홍 대표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체임벌린 유화정책'에 비유한 것은 잘못 적용한 사례"라며 "당시 영국은 단지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 히틀러의 체코 침공과 무솔리니의 스페인 침공까지 용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용인한 적이 없다"며 "휴전 중인 국가와 대화를 하는 것을 '유화'로 호도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체임벌린의 실정에 대한 외교사적 평가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상호주의'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화를 추진하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예산증액와 한·미동맹 결속이 유지된다면 과거 영국의 사례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통화에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간 대북제재를 지속했지만 북핵문제를 풀지 못했다"며 "단순히 압박만 가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란 가정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진정한 평화는 전쟁의 원인을 해결해야 온다"며 "긴장을 일상화해 만든 평화는 가짜 평화"라고 대북 대화정책에 힘을 실었다.
한편, 홍 대표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대 박지향 교수는 통화에서 "당시 체임벌린 수상은 히틀러의 사악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이용만 당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현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