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무·공무원 라인 달라, 전혀 몰랐다
- 명망있는 권력자들의 성범죄 대체 왜?
- 제재받지 않는 권력…문제의식 없어
- 공직자 등 인사에 '성범죄 검증'도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태신(충청남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김태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단 사실 관계를 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도지사가 바로 어제 아침에 사표를 냈고 그게 즉각 수리가 됐고 그 측근 정무직 직원들은 몇 명이 더 그만둔 거예요?
◆ 김태신> 지금 제가 파악하기로는 윤원철 정무부지사를 비롯해서 신형철 비서실장, 장훈 미디어센터장 등 정무 수행비서 등 10명이 사직서를 어제자로 제출했습니다.
◇ 김현정> 10명이. 그럼 도지사 포함해서 지금 리더들 11명이 하루아침에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거예요?
◆ 김태신> 그렇죠.
◇ 김현정> 도청 분위기가 어떤가요?
◆ 김태신> 우선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사건 발생 이틀째 숨어 있다는 것은 아주 비겁한 행위라고 보거든요.
◇ 김현정> 숨어 있다는 게 비겁하다?
◆ 김태신> 그렇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만큼, 공인인 만큼 국민 앞에 나와서 석고대죄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도지사가 이렇게 잠적해버렸다는 건 저희 충남도로서 창피합니다.
◆ 김태신> 그렇죠.
◇ 김현정> 그냥 하루아침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럼 그 전날 퇴근까지는 정상적으로 다 한 거예요?
◆ 김태신> 아침에도 월례조회를 했고 직원들하고, 전 직원들하고. 그리고 또 11시에 충남노조하고 12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교섭 조인식까지 했어요. 그다음에 오후에 이런 문제가 갑자기 터지면서 흔적이 없어진 거죠.
◇ 김현정> 흔적이 없어졌어요. 제가 듣기로는 오전에 직원들 모인 자리에서 미투를 지지하는 발언도 있었다면서요?
◆ 김태신> 네.
◇ 김현정> 그러고 나서 오후에 이 인터뷰가 터졌단 말입니다. 직원들이 더 황당했겠어요.
◆ 김태신> 그렇죠. 아침에도 남성 중심적인 성차별 문화를 극복해야 된다, 계기를 만들자,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본인 당사자가 해당자가 돼버리니까 직원들끼리 '무슨 얘기지?' 잠깐 정신이 나갔어요, 그 보도를 접하고 아니면 SNS를 보고서. '이게 무슨 말이지?' 단어 해석이 안 됐어요.
◇ 김현정>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반응.
◆ 김태신> 그렇죠. 직원들이 '이거 봤어?' 이렇게 물어보면 '안희정 지사가 성폭행했대' 이런 얘기 듣잖아요? '에이, 뻥치고 있어.', '에이, 그럴 리가 있겠어? 가짜 뉴스 아니야?' 믿기지 않는다 이런 반응이었고. 특히 여성 팬들이 많았잖아요, 안희정 지사의.
◇ 김현정> 직원들 사이에서도 여성 직원들한테 인기가 좋았어요?
◆ 김태신> 여직원들한테 인기가 좋았죠. 항상 사진을 같이 찍고 셀카를 찍고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친근감 있게 하니까 여성 직원들한테 인기가 좋았거든요. 그만큼 여성 직원들은 더 배신감이 크죠,
◇ 김현정> 이해가 됩니다.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그런 허탈한 분위기. 긴급 성명서를 내야겠다고 생각하신 건 어떤 이유입니까?
◆ 김태신> 우선 지역사회는 물론 전 국민한테 충격이었잖아요. 그래서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서 죄가 있다면 벌을 받아야 된다는 입장이고. 두 번째는 저희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국민이나 도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수습을 해서 본인의 업무로 돌아가자 이런 취지였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요. 김태신 위원장님. 위원장님도 지금 도청 안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신 거죠? 공무원이신 거잖아요. 그렇죠? 김지은 정무비서가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온 게 지난 7월부터 한 7-8개월이 되는데 정말로 도청 직원들은 전혀 모를 수가 있나. 혹시 알고도 덮은 것 아니냐, 이렇게 의심하는 분들도 계세요.
◆ 김태신> 저도 부끄럽게도 저도 전혀 몰랐어요. 그리고 어제자로 권한대행 들어간 남궁영 행정부지사 같은 경우도 저하고도 긴급 통화를 계속해 왔는데 그분도 모르셨더라고요. 심지어 식사를 하다 그 얘기를 듣고 긴급 복귀를 했거든요. 그 정도로 직원들이 전혀 몰랐어요. 왜 그러냐면, 정무 라인 경우는 지사가 채용하는 인력이거든요.
◇ 김현정> 정무 라인과 공무원 라인. 도청의 라인이 크게 나눠져 있는 거죠? 민선지사가 들어오면서 측근들을 같이 정무 직원으로 뽑아서 들어오는 이쪽에 있는 거고. 원래 도청에서 쭉 근무하던 공무원들이 계시는 거고.
◆ 김태신> 네. 그래서 '늘공어공'이라는 말도 있는데. '늘상 공무원'은 이제 일반 우리 공무원들을 얘기하는 거고, 정무 라인 같은 경우는 '어쩌다 공무원' 해가지고 '어공'이라는 말을 해요. 그런데 정무 라인에서는 자기네들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지사가 채용하다 보니까 일반직 공무원들하고 많이 다르거든요. 그들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지사만 바라보고 지사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서.
◇ 김현정> 같은 공무원이지만 도청 공무원이지만 섞여서 움직이는 건 아니었단 말씀이시군요?
◆ 김태신> 그렇죠. 정무 라인은 지사님이나 정치인 그쪽으로 행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들하고 또 다르죠. 그래서 아마 소문이 안 났을 겁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러면 꼭 뭐 성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러 저러한 고충들이 있다고 전해서 오는 것도 없었어요?
◆ 김태신> 저도 이제 다음 날 아침에 직원들을 만나서 사실 관계를 파악을 해 봤어요. 그런데 우리 일반직 같은 경우에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고 정무 라인, 자기네들끼리 저녁을 먹다가 김지은 씨가 신용우 전 수행비서한테 그런 얘기를 했고 그 여직원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정무 라인에 있는 다른 여직원한테도?
◆ 김태신> 네. 자꾸 터치가 오는데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대요, 그 직원들도.
◇ 김현정> 성폭력이란 얘기까지는 아니고 자꾸 터치. 만지는데 힘들다라는 얘기 정도는 했다고.
◆ 김태신> 네, 그 얘기를 했다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히 더 이것을 세상에 알리지 못했던 건 지사의 절대권력 이런 것 때문이었을까요?
◆ 김태신> 그렇죠. 정무 라인 같은 경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채용에서 면접까지 도지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이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전파하기가 쉽지 않죠, 최고 수장인데. 그래서 아마 어려웠을 겁니다.
◇ 김현정> 여성가족부가 충남도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또 김지은 비서는 본인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더 있다라는 사실을 언급했죠, 이미. 이 특별 점검 도 전체를 특별 점검하면 추가 피해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 김태신> 저희도 이제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면 거기서 나오는 추가 피해자는 누구일까, 진짜 존재하는 것일까? 정무 라인 아니면 우리 공무원 직원일까? 추측성으로 아까 연기처럼 사라지니까, 정무라인 쪽이. 팩트를 확인할 데가 없잖아요. 저희들끼리도 찌라시도 많이 돌고, 소문이. 누구 아니냐 이런 식으로 돌고 그러는데. 그런데 정확히 전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여기 기자들도 100여 명 넘게 어제 오고 있어서 말이 계속 전파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입장은 여성가족부나 검찰에서 보다 확실하고 명확한 조사가 이루어지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저는 우려가 되는 게 '누구누구 아니냐' 이런 찌라시들이 돌면서, 소문이 돌면서 또 2차 피해를 당하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도 좀 되거든요.
◆ 김태신>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어쨌든 우리 공무원들의 입장은 대중 앞에 나서서, 직원들 앞에 나서서 입장 발표를 해야 된다 이쪽이시고요?
◆ 김태신> 네.
◇ 김현정> 공무원들이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똘똘 뭉쳐서 도민들 걱정 안 하시게끔 더 잘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태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충청남도 공무원노조 김태신 위원장 먼저 만나봤습니다. 이번 소식 들으면서 잘 이해가 안 가신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대체 충남에서 그렇게 사랑을 받고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혀오던 안희정 지사 아닌가. 한순간에 모든 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는 걸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많으시죠. 따지고 보면 고은 시인, 이윤택 연출가, 배우 조재현 씨. 이런 사람들 다 자기 분야에서 명망이 높던 인물들이란 말입니다. 이들의 심리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요? 성폭력 가해자들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분.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연결해보겠습니다. 김 부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혜정> 안녕하세요.
◆ 김혜정> 사실상 그래도 됐었기 때문에, 제재 받지 않았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그래서 어떤 사회 지도층 같은 경우에는 이 문제가 밝혀졌을 때 '이 자리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하는데 왜 나만 걸렸냐.' 억울함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 김현정> 사실 이윤택 씨도 기자회견 할 때 그랬잖아요. 관습적으로 이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도 해왔던 일이라는 뉘앙스,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 김혜정> 네, 맞습니다. 우리 사회 지도층이 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건 범죄 행동이야, 언젠가는 밝혀져'라든지 이렇게 서로 얘기해 본 적은 거의 없지만 (범죄라는 건) 알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안희정 지사 같은 경우는 특히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세요. 앞에서 충남도 여직원들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지점이 뭐냐 하면 평소에 인권을 강조하고 정무비서의 인터뷰가 있던 날 오전에도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발언을 했었단 말입니다. 그랬던 인물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을 받으니까 혼란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은 뭔가. 이 심리는 뭔가.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요?
◆ 김혜정> 우리가 생각하기에 폭력을 저지른 사람들 같은 경우에 겉보기에도 되게 물리적으로도 폭력성이 바로 느껴지고, 이렇게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은 상대방에게 어떤 위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좀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루밍(Grooming)'이라는 표현도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을 계속 부드러운 방식으로 길들이고 그 사람(가해자)의 생각을 점점 더 (피해자)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내려놓고 가해자가 계속하는 생각으로 대체하는 이런 식의 지속되는 행위 이런 것들을 그루밍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루밍. 어떤 정신적인 완력이 되네요. 정신적으로 지배해가는...
◆ 김혜정>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구축한 이미지 때문에 피해자들이 헷갈리기도 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렇게 부드럽고 저렇게 합리적이고 저런 사람인데 나한테 이런 걸 하는 걸 보면 정말 이건 폭력이 아닌 건가?
◇ 김현정> 폭력이 아닐 거야, 이런 생각. 오히려 내가 지금 수치심 느끼는 게 잘못된 건가? 저분은 그런 분이 아닌데. 이런 헷갈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 김혜정> 맞습니다. 그러면 피해자들은 판단력이 점점 더 무뎌지는 것 같고 굉장히 무기력해지고 이런 것을 나중에 그것을 느끼게 되거나 어떤 큰 계기가 있어야지 그 상태가 깨지거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 범죄가 잠복하기에 좋은 방식에 이를 때도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근데 가해자들은 왜 그렇게 여러 얼굴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거죠?
◆ 김혜정> 권력이 있다는 것은 사실 어떤 이미지를 자기가 획득하든 자유로워지는 상태인 것 같아요. 자기의 스타일을 자기가 만들어간다. 여러 가지를 채택을 해도 본인들 스스로가 다 설명이 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속여도 아무 상관없다 하는 생각을 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야누스적인 거네요, 그야말로 여러 얼굴을 가지고. 이때는 이 얼굴, 저때는 저 얼굴.
◆ 김혜정>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럼 이건 어때요? 안희정 지사가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한창 시작이 됐을 때 미안하다 말을 하면서도 또 그날 같은 일을,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거거든요 지금 여성의 주장에 따르면. 이건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됩니까?
◆ 김혜정> 미투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이것을 방지하겠다, 사회적으로 이야기하겠다는 이슈잖아요. '내가 했던 일도 그것에 해당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결국에는 '나는 그래도 돼, 나만의 이유가 있어, 이 관계는 개인적인 거야.' 자기만의 방식으로 또 결국에는 귀결이 된 것이거든요.
◇ 김현정> 합리화, 자기 합리화?
◆ 김혜정> 맞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범죄라고 해도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내가 하는 내 정당화랑은 별도로 생각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것들을 계속 사회 고위층에 대해서 수사하고 처벌하고 이런 예시를 계속 늘려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권력형 성범죄라는 공통점을 우리가 발견했습니다. 그 특징들도 잘 설명해 주셨어요. 그리고 대안까지 지금 말씀해 주셨네요, 어떻게 보면.
◆ 김혜정> 공적인 위치에 오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사전에 성폭력하면 안 된다든지 이런 공지를 임용 과정에서라든지 공적 자금을 예술가들에게 부여할 때 그런 기준을 우리가 적용해 본 적이 있는지 물어봐야 하고요.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기준에 들어간 적이 없거든요. 예를 들면 '논문 표절한 적이 있습니까?',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있습니까?' 이런 일이 드러나면 그거는 안 되는 거야라고 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라는 게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굉장히 있는 거거든요. 미투 이후로는 이 기준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서 장관들 임용하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성에 관한 부분, 성범죄에 관한 부분. 성희롱, 성추행 다 포함해서 말이죠. 이런 부분도 이제 그런 검증의 잣대로 들이대야 된다. 기준의 하나로 들어가야 된다 이 말씀이세요.
◆ 김혜정> 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부소장님 고맙습니다.
◆ 김혜정> 고맙습니다.
◇ 김현정>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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