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마음' DB 정규리그 우승, 하늘이 돕는가

'우승이 보인다' DB 선수들이 6일 현대모비스와 원정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울산=KBL)
하늘이 도왔다. 원주 DB가 정규리그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2연패 위기에 빠져 있던 상황에서 천금의 승리를 거뒀다.

DB는 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원정에서 78-59 승리를 거뒀다. 최근 2연패로 1위를 내줄 수도 있는 고비에서 귀중한 승리를 안았다.

36승15패가 된 DB는 2위 전주 KCC(33승17패)와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 정규리그 우승 매직 넘버도 2로 줄인 DB는 남은 3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1위를 확정한다.

이날 경기 전 이상범 DB 감독은 힘겨운 상황을 털어놨다. 팀 기둥 김주성과 윤호영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김태홍 역시 무릎에 물이 차 출전 시간을 조절해줘야 하는 처지다. 시즌 막판으로 오면서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다.

이 감독은 "6라운드 들어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웃었다. 이런 가운데 에이스 디온테 버튼과 두경민은 각각 향수병과 팀 불화 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있었다. 이 감독은 "이 둘이 해줘야 하는데 그동안 사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와 대결은 쉽지 않았다. 9연승을 달린 현대모비스는 이날도 1쿼터 29-18로 DB를 몰아붙였다. 2쿼터 후반까지도 10점 안팎의 리드를 잡아 10연승이 가능해보였다.


'저 백의종군합니다' DB 두경민이 6일 현대모비스와 원정에서 상대 양동근의 수비를 뚫고 동료에게 패스를 하고 있다.(울산=KBL)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DB를 향해 웃었다. 현대모비스 외인 레이션 테리(199cm)가 전반 종료 3분9초 전 DB 로드 벤슨의 엉덩이에 부딪혀 쓰러진 것. 치골 부위를 다친 테리는 이후 코트로 투입되지 못했다. 정상적인 플레이에서 나온 부상으로 벤슨의 잘못은 아니었다.

10점을 뒤지던 DB는 이후 7점을 내리 따내며 전반을 3점 차로 좁힌 채 마쳤다. 후반에는 버튼과 벤슨이 상대 골밑을 유린하며 3쿼터에는 오히려 11점 리드를 안았다. 결국 19점 차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욕심을 버리고 예전처럼 우리 농구를 하자고 했다"면서 "다행히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이 잃지 않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기에 운도 따랐다"면서 "상대 외인 1명이 다친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15점에 양 팀 최다 6도움으로 활약한 두경민도 "오늘 경기에서 운이 우리 팀 쪽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승리보다 기본에 충실한 경기를 하자고 했다"면서 "그동안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는데 오늘 승리로 나보다 팀원들이 더 마음 편하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사람인지라 눈앞에 다가온 우승에 욕심이 났다"면서 "나부터 그걸 버리고 선수들을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에 대해 "존경하는 멘토고 친한 형"이라면서 "600승 축하 꽃다발을 줬는데 이겨서 미안하기도 하다"고 멋쩍게 웃기도 했다.

이날 양 팀 최다 28점 15리바운드로 펄펄 난 버튼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취재진에게 테리의 부상을 묻는 등 동업자 정신을 보였다. 욕심을 버리고 착한 마음을 갖자 운이 따라온 D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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