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구에 사는 A 씨는 이 기사를 보고 눈물이 왈칵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불현듯 사라진 장애인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남의 일 같지 않았기에 A 씨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 A 씨의 아들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다 큰 아들을 돌보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지만 A 씨는 아들을 장애인 거주시설로 보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장애인 거주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소식을 들으면 간담이 서늘해지기 때문이다.
◇ 늘어나는 장애인 실종…한 명이 20명 돌보는 관리 '구멍' 때문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장애인 실종 사고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대구에서 발생한 장애인 실종 사고는 392건.
사고는 매년 늘어나더니 2017년에는 441건이나 발생했다.
기사 속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인 B(23) 씨도 실종된 441명 중 한 명에 해당한다.
B 씨는 지난해 10월 대구 동구의 한 재활원에서 실종됐다가 팔공산 인근에서 두 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B 씨가 지내던 재활원에는 한 생활관당 40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40명의 장애인을 돌보는 직원은 단 2명.
생활지도원 1인당 20명의 장애인을 책임지고 있는 꼴이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일 나사렛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의 경우 교사 1명이 장애학생 5~6명을 담당하고 옆에서 도와주는 보조 교사가 있는 데도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인원이 시설에서 함께 지내고 심지어 교사 수가 적다는 것은 거의 통제가 안 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심지어 사고가 난 대구의 거주시설은 시행규칙을 위반한 정황도 드러났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은 성인 장애인 10명당 1명 이상의 생활지도원을 두도록 돼 있지만 해당 시설원의 지도원은 기준 인원의 2배를 맡고 있었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시행규칙에 명시된 기준 인원을 못 지키는 장애인 거주시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눈을 감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인력은 국,시비로 지원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거주시설이 일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산 문제 등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전체적인 구조를 바꿔가는 부분에서 인원문제도 추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담당 지자체인 대구 동구청은 규칙 위반 사항을 알면서 시정명령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시설에서는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시비로 지원을 못해주고 있어 규칙을 위반하게 된 상황인데 시정명령을 내릴 수가 없지 않냐"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안전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법과 규칙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장애인 시설이 돈벌이 수단 되어서는 안 돼"
지난달 25일 강원도 영월에서도 실종된 장애인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역시 시설에서 실종됐다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근배 420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 조직국장은 "장애인은 길을 잃고도 타인에게 자기가 길을 잃었다는 의사 표현을 하기 힘들어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렵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 그렇다"며 "초기에 찾지 못하면 숨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이들은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사회 분위기나 복지 서비스가 확산되면 장애인의 삶의 질이 높아져 실종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부모도 모두 장애를 앓고 있거나 가족이 없는 경우 등 시설 신세를 피할 수 없는 장애인들도 상당하다.
대구에서 숨진 B 씨의 경우에도 부모님이 모두 장애를 앓고 있어 할 수 없이 시설에 머물고 있던 경우였다.
때문에 탈시설화와는 별개로 장애인 거주시설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장애인 시설에서 사람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 회장은 "국가에서 운영비는 다 받아챙기면서 보호의 의무는 저버리고 있는 시설도 문제고 예산을 주면서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는 지자체와 정부도 문제"라며 "자녀를 잃은 장애인 부모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 거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