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건 퇴근을 준비하던 오후 6시 즈음이었다.
정무부지사가 약속 한 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약속을 취소하며 상경한 것부터 이상했다.
▲ 충남도청, 퇴근 무렵부터 '뒤숭숭'
7시가 넘어서자 충남도청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고, 점차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7시 30분 즈음,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추행과 관련된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설마'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곧이어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 지사의 성추문을 사실상 '사실'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충남도청은 한층 더 분주해졌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전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도지사로 8년을 재직한 충남도청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안희정 사단은 '침묵'
안희정 지사가 성추문에 휩싸이고 충남도청이 충격에 휩싸였다면, 이른바 안희정 사단의 정치인들은 '침묵'에 휩싸였다.
개인 정치가 아닌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이른바 안희정 사단에게 안 지사는 정치적 리더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사단에 속한 정치인들은 '안희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그 동안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왔다. 누구는 국회의원으로 누구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이번 6.13 선거에서도 이 같은 프로젝트는 요란스럽지 않을 정도만큼 진척돼왔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100일을 앞둔 5일 '안희정 성폭행'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이들 모두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어렵사리 통화가 된 한 출마 예정자는 "글쎄..."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이내 "잠시 뒤 통화"를 고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성폭행"이었다는 김지은 씨의 주장에 "합의된 성관계"라고 해명했지만 "부적절한 관계"라는 점은 어쩔 수 없다. 법적 처벌이야 차치하더라도 그 동안 '깨끗함'을 강조하던 안 지사가 앞으로 신뢰와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번 '안희정 사태'는 개인과 사단을 넘어 충청권과 지방선거 전체를 집어삼킬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벌써부터 "참 나쁜 사람"이라거나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며 안 지사를 겨냥한 것은 물론 "(이번에도) 탁현민 행정관 감싸 듯 싸고 돌 것인지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을 성추행 프레임에 가둬버렸다.
안 지사 측은 "추가로 공식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그 사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앞으로 안 지사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침몰하는 안 지사가 어떤 선장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 성폭행 핫이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