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하며 남북대화 국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행상황을 보면,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졌던 한반도의 극단의 긴장국면은 언제 그랬냐는 분위기다. 우리가 현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 중 '그냥' 이뤄진 것은 없다. 꾸준한 인내와 설득이 필요했고 그만큼 시간도 걸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하나의 '트리거(방아쇠)'였을 뿐, 이를 당긴 것은 계속해서 이어져 온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와 우리 정부의 꾸준한 대화 노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기본 구상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비핵화 대화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이전보다 더 녹록지 않다. 심지어 이번에는 남북관계가 아닌 북미관계까지 걸려있다. 10여년 전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더 고도화됐다. 북한과 국제사회의 서로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도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여러모로 대화를 이루고 성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은 분명하다. 정부는 지금 각 단계마다 '힘겨운 한걸음'을 떼며 달리는 중이다.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필요한 것은 언제나 '인내심'이었다. 과거 정부에서 북한과 대화도 항상 지난한 과정을 거친 적이 더 많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6자회담이 1년동안이나 공전하다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특사파견 이후 상황이 진전돼, 북핵문제 해결의 로드맵이 담긴 9·19공동성명 채택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역시 북한과 미국 사이 몇 번의 어긋남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화를 재개한지 오래지 않았고 그간 남북, 북미 간 간극도 더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대북특별사절단 파견 이후에도 도전요소는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남북정상회담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이같은 고민을 담고 있었을지 모른다. 정부로서는 당장 '100'을 다 온전히 이루기보다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터져나오는 비판은 근시안적인 감이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북핵개발의 시간만 벌어준다'는 비판에는 한반도의 계속되는 긴장과 불안을 어떻게 궁극적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빠져 있다. 오히려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의 동력만 떨어뜨리는 셈이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까지 무사히 나아갈 수 있도록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향후 나아갈 대북 정책의 방향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지지를 얻어내는 작업 역시 계속돼야 한다. 북한과 미국이 조금씩 서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도록 정교한 외교를 펼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당장의 성과를 독촉하기 보다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다지고 대북외교에 대한 도전요소를 인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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