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맥시멈 프루던스'에 맥 못추는 한국당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평양행 특별기에 오르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사진=노컷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은 전적으로 미국을 향해 있다.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 논의에 대한 '간접담판'을 벌이는 이유도 미국을 향한 것이고, 특사 대표단장으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임명한 것도 모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특사가 평양에 가는 것은 워싱턴을 가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에 가서 미국 정부가 북한과 회담할 수 있는 명분을 어떻게 만드냐가 이번 특사의 특수임무라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관련 외교가에서는 '북미접촉 성사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중매사업중의 하나'라는 말이 나온다.

주목할 만한 것은 북미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한 문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문 대통령의 접근 태도를 '최대 압박' 대신 '최대 신중'이라고 표현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과 관련, "문 대통령은 지금 살얼음판을 딛는 심정일 것이다.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에서 '최대 신중'(Maximum Prudence)으로 하는 그런 자세로 모든 것을 조심조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참 노력을 많이 했다. 대통령이 진정성과 성실성을 갖고 있기에 북에서도 화답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최대 신중'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기적과 같이 찾아온 한반도에서 평화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미 접촉의 성사는 북한도 중요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단'을 이끌어내지 않고는 어려운 게임이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단장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서훈 국정원장을 내세우지 않고 직업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안보실장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국내외에서 최대의 신중한 자세로 쓸데없는 논란을 야기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임종석 실장이나 서훈 국정원장을 단장으로 했을 경우, 야당은 물론 미국내에서 한미관계보다는 남북관계를 우선시 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었다"며 "정의용 특사단장의 선택으로 이런 논란을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정의용 특사단장도 평양 출발에 앞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야당과 미국을 향한 분명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에따라 대북 강경파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조차 대북특사단 파견에 대해 "이왕 그렇게 간다면 가서 우리가 할 말을 당당하게 하고 김정은의 분명한 답을 꼭 듣고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그동안 미국 백악관 NSC의 맥매스터 보좌관의 미국라인과 해왔던 분이니까 이 정부 안에서 미국 입장을 비교적 알고 계신 분이다. 그런 분이 같이가서 낫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을 비롯해 대북특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최대 신중' 전략 앞에서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문 대통령의 '최대 신중' 전략때무에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은 4일 정부의 대북특사단에 대해 "미국의 대북압박을 무력화시키고 북핵 개발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망을 봐주는 꼴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면서 대북특사를 보내며 마치 그들이 평화를 가져올 것처럼 위장평화쇼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대북 소식통은 "야당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년간 변변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한적이 없기 때문에 대북특사 파견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어렵다"며 "자유한국당이 계속 프레임을 잘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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